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어떤 인재상을 원할까?

올해 하반기에 현대차그룹의 신입사원 채용 벽을 뚫으려는 지원자들은 역사에세이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역사에세이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데 인간에 대한 성찰과 이해를 담아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14일 12시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지원서 온라인 접수를 마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전형 합격자를 가려 10월9일 2단계 전형인 인적성검사(HMAT)와 역사에세이 시험을 실시한다.

현대차그룹 역사에세이 시험은 지원자들에게 가장 까다로운 관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하반기부터 역사적 소양과 가치관을 검증하기 위해 이 시험을 도입했다.

대개 취업시험에서 역사시험을 보는 경우 관련 지식 유무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역사에세이 시험은 다르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지만 평소 소양을 쌓아두지 않으면 곤혹스러울 수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 특성상 이공계 출신 지원자가 많아 역사에세이 작성은 난이도가 높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도 올해 신입사원 공채에 에세이 시험을 치르는데 계열사 공통으로 ‘인생을 바꾼 가장 큰 사건’, ‘삼성에 입사하면 어떤 목표로 일할 것인가’ 등의 3~4문제가 출제된다.

삼성그룹 에세이가 일반적인 주제라면 현대차 에세이는 역사와 관련한 관심과 생각은 물론이고 이를 기업경영과 관련해 재해석하는 능력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역사에세이 주제는 이런 것들이다.

‘역사적 사건 하나를 선정해 현대자동차의 5개 핵심 가치 가운데 2개 이상을 연관지어 서술하시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부정적으로 보는지 서술하시오.’(2015년 상반기)

‘신사임당은 아들 율곡 이이가 명성을 얻은 계기로 그 업적이 후대에 높이 평가받았다. 우리나라 위인 가운데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인물을 골라 그 인물을 재조명하라' '단기간 성장한 몽골, 로마제국의 성장요인과 이를 감안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현대차가 지속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라.'(2014년 하반기)

'세종대왕이 과거시험에 출제했던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구별법이라는 문제를 자신이 받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석굴암 불국사 가야고분 남한산성 고인돌 등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 유산 두 개를 골라 그 이유를 쓰시오' '이순신의 거북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정약용의 거중기, 세종대왕의 한글 등 역사 속 인물의 발명품 중 자신이 생각하는 공학도의 자질과 연관이 있는 발명품을 선택한 뒤 그 이유를 쓰시오.'(2014년 상반기)

역사에세이는 3문항 가운데 2가지를 선택해 각 700자 분량으로 40분 안에 작성해야 한다.
 
정답이 없는 만큼 지원자가 뚜렷한 역사관에 대한 소신을 품고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립적 입장에서 두루뭉수리한 답변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현대차그룹이 인재채용에 역사시험을 도입한 배경에는 정몽구 회장의 의중이 작용했다.

정 회장은 2013년 11월 경영회의에서 “국사공부를 하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하며 “역사관이 뚜렷한 직원이 자신을, 회사를, 나아가 국가를 사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경영철학 지침서로 삼국지를 든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 부회장은 2013년부터 현대기아차에 대학교수 등 전문가를 초청해 한국 근현대사와 서양사, 미술사 등을 직원들에게 ‘역사 콘서트(History Concert)’라는 역사강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정의선 부회장도 직원들에게 “제품 속에 인간에 대한 성찰과 이해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차그룹 하반기 공채는 10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 경우 약 7만~8만 명의 지원자가 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가운데 2500명 정도를 최종 선발했다. 올해 하반기 채용인원은 4천 명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블로그에 ‘인재채용팀장과 현직자들이 말하는 채용팁’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원분야에 적합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점이나 영어점수, 학력 등도 중요하지만 자기소개서에 진실성을 담아 경험과 미래지향적 신념을 담으면 다소 스펙에 약점이 있더라도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진행된 현대차 잡페어의 주제는 '기본을 갖춘 인재(To the Basic)'였다. 장무정 현대차 인재채용팀장은 “현대차가 뽑고 싶은 인재는 회사, 일, 사람에 대한 기본을 갖춘 인재”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