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OLED 패널. <삼성디스플레이> |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디스플레이사업을 LCD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대전환한다.
대형 디스플레이사업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글로벌시장 1위인 중소형 올레드 사업이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삼성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안에 LCD사업을 정리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사업으로 전환을 서둘러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4분기에 아산의 7~8세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다. 중국 쑤저우 LCD공장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997년 삼성전자 LCD사업부로 대형 LCD패널사업을 시작한 지 23년 만에 LCD사업에서 손을 떼게 된다. 중국 디스플레이업계로 LCD시장의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가면서 사업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은 연간 조 단위 적자를 내면서 전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디스플레이 실적 반등을 위해서 LCD사업 철수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에서 2019년 반도체사업 실적 부진에 가려졌지만 사실상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디스플레이사업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반도체사업은 2017~2018년 호황의 역기저효과 때문에 부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 이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사업은 2014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2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로 힘을 쏟고 있는 퀀텀닷디스플레이는 아직 사업화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다. 현재 퀀텀닷디스플레이 설비를 구축하고 있어 이르면 2021년 상반기에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율 확보와 원가 절감 등 개발상의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퀀텀닷나노LED(QNED)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대량 양산 시점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디스플레이, QNED 등을 차세대 기술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대량 양산을 위해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 양산에는 약 2~3년이 필요할 것”이라며 2022년 하반기 혹은 2023년 상반기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디스플레이사업의 공백을 중소형 올레드 디스플레이에서 메우려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중소형 올레드 디스플레이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절대강자이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올레드사업은 애플, 삼성전자, 중국 모바일업체 등 전략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며 “LCD사업 중단 이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중소형 올레드에 집중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신규 중소형 올레드 생산라인 A5 건설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장비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 베트남에서 올레드 모듈공장 증설을 진행하는 등 중소형 올레드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소형 올레드시장은 기회와 도전이 공존하는 시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디스플레이사업의 전환기를 원만하게 넘어설 것으로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애플과 화웨이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올레드 디스플레이 사용을 늘리고 대화면 채택 비중도 많아지고 있어 중소형 올레드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올레드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9년보다 46% 늘어난 6억 대로 전망됐다. 중소형 올레드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도전자들의 공세가 거세다. 올해 들어 BOE,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중소형 올레드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중소형 올레드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여전히 높지만 점차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고객사인 애플 아이폰 수요와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 애플에 납품할 올레드패널 출하계획을 기존 7천만 대에서 5800만 대로 17%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