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는 딜라이브 등 케이블방송(SO) 인수합병에 정말 관심이 없을까?
구 사장은 대표이사에 내정되기 전부터 인수합병보다는 KT 유료방송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왔지만 최근 매물로서 딜라이브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KT가 다시 인수합병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29일 KT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구 사장은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후에도 줄곧 딜라이브 인수와 관련해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구 사장은 딜라이브 인수합병은 인터넷TV(IPTV) 회사와 케이블TV 회사 사이 시너지가 구체적으로 확인될 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KT에 한 발 앞서 케이블TV 회사 인수를 마무리한 상황에서 경쟁사들의 실적추이를 지켜보며 실제로 둘 사이에 시너지가 발생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에 따르면 구 사장은 최근 증권사 연구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딜라이브 인수합병과 관련해 기존 입장과 같이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딜라이브에 이어 현대HCN까지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인터넷TV사업자에게 현대HCN을 인수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HCN은 그동안 인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부인해왔지만 류성택 현대HCN 대표이사는 최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현재는 할말이 없지만 나중에 설명할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대HCN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2019년 6월말 기준 4.07%로 나타났다. 점유율 24.72%의 LG유플러스나 24.03%의 SK브로드밴드가 현대HCN을 인수한다면 인수한 회사의 점유율은 28%대로 뛰어 KT의 점유율인 31.31%를 바짝 뒤쫓게 된다.
만약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계속해서 망설인다면 경쟁사가 딜라이브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딜라이브는 예전부터 인수합병에 적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최근 딜라이브의 자회사 IHQ가 손자회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매각한 것을 두고 딜라이브가 IHQ를 매각해 ‘몸값 줄이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딜라이브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2019년 6월 말 기준 6.09%다. 딜라이브를 만약 경쟁사가 인수하면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30%대로 뛰어오르게 된다. KT가 유료방송시장에서 시장지배자 위치를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료방송시장에서 2건의 커다란 인수합병이 일어나며 유료방송시장은 통폐합 완료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후발 사업자들의 케이블TV 인수로 덩치가 비슷해지며 KT의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 프리미엄이 희석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T의 딜라이브 인수합병 추진을 방해했던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해서는 KT에게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시장에서 한 회사의 점유율이 33%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규제로 2018년 6월 일몰된 이후 현재까지 국회에서 재도입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2019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재도입이 아닌 사후규제 형식의 합의안을 도출해 국회에 넘긴 데다가 최근 경쟁사들의 케이블TV회사 인수합병이 ‘교차판매 금지’ 등 시너지를 방해하는 조건없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심사를 통과하면서 인터넷TV업체와 케이블TV업체의 인수합병에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재도입 가능성을 염려해 딜라이브 인수작업을 중단한 상황이지만 규제가 이미 일몰된 만큼 인수를 추진하더라도 법적 문제는 없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로 KT의 케이블TV 인수에 제약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회의 합의가 지연되면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