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연임을 결정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신뢰 손실의 리스크를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3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총을 앞두고 신한금융투자 CEO를 교체하고 고객 투자금 지급을 앞당기는 등 적극적 조치를 한 것은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의결권 행사 방침을 정한데다 신한금융투자의 펀드 환매중단사태를 방치하면 조 회장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26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2019년도 재무제표 승인 등 안건을 상정하는데 조 회장의 연임도 주주 동의를 거쳐 확정한다.
조 회장은 이사회에서 다음 회장 최종후보로 선정돼 연임을 앞두고 있는데 주총에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절반, 전체 주식수의 4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주 동의를 얻어야 한다.
201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신한금융지주 주식 9.3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결정한 점은 조 회장에 부담으로 꼽힌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 다른 주주들도 국민연금의 의견을 따라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근 적극적 경영참여로 태도를 바꿨지만 실제 지분율은 크게 의미있는 수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이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 지분 15%~20% 정도를 들고 있는 재일교포 주주들도 조 회장에 높은 신임을 보이고 있어 연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주총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신한금융투자에 새 CEO를 앉히고 고객 투자손실을 최소화하는 조치도 도입하며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고객 투자금 손실사태가 신한금융지주 주주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거나 조 회장의 연임 뒤 두 번째 임기 초반부터 잡음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0일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사임한다고 밝힌 뒤 곧바로 조 회장이 참여하는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를 열어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를 선임했다.
김 사장은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환매 중단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펀드과 별도로 독일 부동산 파생결합증권에서 원금 상환이 늦어지는 일이 발생하자 고객에게 투자금의 50%를 미리 지급하는 자체 투자자 보호조치도 실시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조 회장이 투자손실을 입은 고객의 피해 최소화방안을 마련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책임경영 차원에서 지급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파생결합증권 환매중단은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에서 벌어진 사안인 만큼 조 회장의 책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 회장은 연임을 결정하는 주총을 앞두고 신한금융투자 사태와 관련한 주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한편 이런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지주 주주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와 금리 하락 등 외부적 요인이 신한금융지주 주가와 계열사 실적에 타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조 회장은 주총에서 신한금융지주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응할 전략을 발표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고객과 주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엄중한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