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이 LG화학 이사회 의장에 오르자 LG화학 배터리사업이 시선이 몰리고 있다.
LG화학이 배터리사업의 육성을 위해 독립법인 출범을 포함한 여러 안건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전지사업본부장을 지냈던 권 부회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으로 더욱 속도가 붙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다만 LG화학의 ‘본업’인 석유화학사업이 침체를 겪고 있어 성장 전망이 밝은 배터리사업의 분사는 그 시점뿐만 아니라 분할 가능성 자체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23일 재계에서는 권 부회장이 20일 LG화학 이사회 의장에 오른 것을 놓고 배터리사업 육성을 가속화하기 위한 LG그룹 차원의 인사적 배려라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LG화학은 LG그룹의 주력 계열사들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60.1% 급감한 만큼 지주사 LG의 2019년 영업이익이 43.8% 줄어든 데 책임이 상당하다.
권 부회장은 LG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 3곳의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런 권 부회장이 LG화학 이사회 의장에 오른 것도 LG화학의 의사결정에 더욱 깊게 관여하면서 성장전략을 도출해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부회장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지낸 만큼 배터리사업 육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관계자는 “권 부회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을 사업과 연관지어 언급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이 현재 LG화학을 이끌고 있는 점을 의식해 조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이사회가 권 부회장을 LG화학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한 사유를 살펴보면 권 부회장이 LG화학 배터리사업에 관여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LG화학 이사회는 권 부회장을 두고 “과거 4년 동안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며 “사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사회 일원으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권 부회장이 LG화학 배터리사업의 전략 가운데 배터리 분사의 추진에 속도를 낼지 업계는 주목한다.
LG화학은 2019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전지사업본부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전지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해 독립법인을 세우는 방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배터리사업은 150조 원에 이르는 전기차배터리 수주잔고에 기반을 두고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전지사업본부가 2020년 영업이익 2280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한 뒤 2021년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지사업본부가 독립법인으로 된다면 사업 전문성은 더욱 강화되고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도 있다.
물론 권 부회장이 이사회에서 당장 배터리사업의 분사 추진을 독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런 시선은 LG화학의 주력사업이자 현금 창출원인 석유화학사업본부가 침체에 빠져 있다는 데 기반을 둔다.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는 2019년 영업이익 1조4180억 원을 거뒀다. LG화학의 2019년 영업이익이 8960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사업본부의 부진을 석유화학본부의 이익으로 메꾼 셈이다.
그러나 LG화학 석유화학본부의 2019년 영업이익은 2018년보다 33.5% 줄어든 수치다.
올해도 연초부터 저유가와 코로나19라는 업황 변수에 직면해 있는 만큼 실적 개선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LG화학 석유화학본부가 2020년 영업이익 902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36.4% 감소하는 것이다.
LG화학도 현재 전지사업본부 분할안의 검토를 잠시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