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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경상남도지사. |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홍 지사는 1일 도청에서 열린 직원 정례조회에서 ‘경남미래 50년’ 준비를 강조하며 발언 막바지에 이렇게 말했다.
“정쟁을 유발하는 세력에는 대꾸하지 않겠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개가 아무리 짖어도 기차는 간다. 우리 할 일을 위해 할 일만 열심히 하자.”
홍 지사는 보궐선거 당선 1주년쯤인 지난 2013년 12월도 ‘개’발언을 했다. 당시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한창 시끄러웠던 때다.
그는 트위터에 “개혁에는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기에 묵묵히 나의 길을 간다”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 간다”고 썼다.
이 때문에 홍 지사를 비판한 사람들은 졸지에 ‘개’가 됐다.
이런 홍 지사의 ‘마이웨이’식 고집은 5일 경남 창녕 동훈힐마루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회 경상남도지사배 공무원골프대회’에서도 나타났다.
개막식에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난 홍 지사는 “정권만 바뀌면 공무원 기강을 잡는다면서 골프를 금지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공무원이 등산과 축구를 하면 괜찮고 골프는 못하게 하는 위정자의 인식이 정말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막식은 물론이고 국민의례와 선수 선서, 인사말을 하는 동안 내내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홍지사는 또 “세월호 사고 이후 공무원이 ‘관피아’논란에 휩쓸리고 연금개혁 과정에서 사기가 떨어졌는데 공무원 사기가 떨어지면 나라가 융성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홍 지사가 개회사를 하는 동안 골프장 바깥에서는 시위가 벌어졌다.
무상급식 실시를 요구하는 학부모 50여명은 ‘세금은 내가 내고 갑질은 니가 하냐!’ ‘끌려오신 공무원님 상금은 아~들 밥값으로’ '골프치는 돈은 있고 아이들 밥값은 없나요?' ‘골프로 공무원 사기진작, 도민은 어이상실’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1시간여 동안 항의시위를 벌였다.
일부 학부모들은 “지금이 어느 때인데 골프를 치느냐”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의 시위에 대해 홍 지사는 “그분들은 G7회의도 반대했다” “어느 일을 하든 반대는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골프대회는 ‘공무원 사기진작’을 위해 마련됐다고 하는 데 대회에 참가한 공무원의 명단은 알려지지 않았다. 골프대회도 비공개로 진행됐다.
일부 언론사 취재기자들이 망원카메라로 촬영을 시도하자 골프장 직원들이 나와 막기도 했다.
이번 대회 상금은 우승 300만 원, 준우승 200만 원, 3위 100만원이었는데 경상남도는 이를 모두 예산으로 집행했다.
강갑중 의원 등 진주시의회 10명은 3일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반문하며 “진주의료원 폐쇄, 무상급식 일방 중단, 성완종 뇌물수수 의혹 등으로 공무원들을 낯부끄럽게 만든 사람은 정작 홍 지사 본인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