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일양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효과를 확인한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까?
일양약품은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도 슈펙트를 메르스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했지만 성과를 내놓지 못했던 데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는 대규모 임상 진행이 요구돼 기대를 품기에는 이르다는 시선이 나온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의 슈펙트가 시험관내 시험에서 코로나19에 치료효과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은 슈펙트를 이용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슈펙트는 일양약품이 2012년 출시한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세계에서 네 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개발된 신약이다.
김 사장이 2008년 사장으로 취임한 뒤 연구개발 투자에 힘을 기울여 개발에 성공한 의약품 가운데 하나다.
일양약품은 최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물안전센터에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양받아 진행한 시험관내 시험에서 슈펙트가 대조군보다 바이러스 수를 70%가량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이미 시판되고 있는 슈펙트는 안전성을 입증받았다는 점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의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양약품이 기존 치료제를 토대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시작한 것은 신약 후보물질을 처음부터 찾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성공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제를 활용하면 수년이 걸리는 후보물질 탐색과 임상1상, 임상2상을 모두 건너뛰고 임상3상과 최종 판매허가만으로도 상용화할 수 있다.
실제 현재까지 세계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가장 가능성 있는 약물로 꼽히는 것은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다.
길리어드는 미국 확진환자에게서 치료효능을 확인한 뒤 현재 코로나19 확진 환자 1천 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발 중간에 사태가 진정될 수도 있고 새로운 변이의 등장으로 개발되던 치료제가 쓸모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에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찾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슈펙트가 실제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을지를 놓고 의문을 보내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일양약품이 과거 슈펙트를 활용해 메르스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그 뒤에 성과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양약품은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에도 슈펙트의 성분 가운데 일부 물질이 메르스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메르스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게다가 2016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신변종 바이러스 원천 기술개발’ 연구과제의 메르스 치료제 개발업체로 선정돼 지금까지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일양약품 연구가 사례연구 단계에 있어 기대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험실에서 진행된 사례연구는 이미 많이 나온 상태며 사례연구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슈펙트는 백혈병 치료제이므로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 코로나 바이러스를 어떠한 매커니즘으로 사멸시키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현재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 등 기존 치료제들이 거론되고 있으나 치료 효과를 뒷받침하는 임상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다.
최재욱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약이라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대규모 임상을 진행해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