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재무구조 개선에서 난기류에 빠졌다.
대한항공은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4조 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을 갚기 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을 향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산업은행에 손을 내밀지 주목된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투자회사들의 항공회사를 향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대한항공의 글로벌 본드채권 금리도 급등하고 있다.
해외채권 정보사이트 본드슈퍼마트(bondsupermart)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2018년 3월 발행해 2021년 3월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채권의 금리는 올해 초 4%로 거래되던 것이 이달 들어 9%를 웃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금리는 채권가격의 변화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채권가격이 상승하면 채권금리는 떨어지게 되고 채권가격이 하락하면 채권금리가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해외채권의 금리가 9%를 웃돌고 있다는 것은 채권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채권금리가 오르게 되면 회사로서는 향후 채권을 발행할 때 저금리로 채권을 판매할 수 없게 돼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외화 조달환경이 악화하는 것은 대한항공의 외화 유동성을 압박할 수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항공산업 전반에서 자금조달에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은 항공유 수급 문제나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 상환 등을 위해 평상시보다 외화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높은 부채비율도 해결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2019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약 922.48%의 부채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항공의 금융채무 가운데 일부는 재무비율 유지조건이 붙어 있어 항공업황 악화로 부채비율이 더 높아지게 되면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게 돼 바로 갚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최근 이사회를 열어 사내이사 후보와 사외이사 후보로 재무 전문가와 금융 전문가를 대거 선임하는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한 것도 이런 어려운 상황과 맞닿아 있다.
한진그룹이 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와 건물, 해양레저기업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항공산업 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대항항공 자력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항공협회는 최근 국제선 운송실적을 기반으로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 예상 피해규모를 산출한 결과 6월까지 국내항공사들이 매출피해 5조875억 원가량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사내게시판에 “회사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에도 공급을 약 18% 정도만 감축했던 것과 비교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위기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124개 노선을 운항하던 89개 노선을 중단하면서 국제선 운항률이 80% 이상 감소했다. 그나마 남은 항공편도 한국발 입국 제한국이 매일 늘어나면서 취소되거나 감편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단기간에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도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대한항공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1년 이내에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하는 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포함)은 4조3542억 원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은 올해 2월 초 투자설명서를 공시하면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금융부채 금액이 유동자산을 웃돌고 있지만 연간 창출되는 약 2조 원의 현금창출력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평상시를 가정해 계산한 현금창출력에 기초한 대응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항공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의 긴급성을 감안해 대한항공과 정부가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국책은행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금융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의 자금조달 창구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대표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재무 안정화를 위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급보증을 서서 신용도 높은 글로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도와 자금조달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