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0-03-10 15: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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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코로나19 확산에 국제유가 하락까지 겹치면서 올해 중동에서 사업 확대의 기대감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저유가 흐름이 장기화하면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수주목표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하락 흐름이 장기화하면 국내 대형건설사는 해외수주 확대기조뿐 아니라 기존 사업 진행에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가격이 30달러 이하로 추가하락하면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산유국들의 재정 악화, 발주처의 경영상황 악화, 프로젝트의 수익성 하락 등으로 신규 프로젝트 수주뿐 아니라 기존 공사 진행이나 공사비 수령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국제 원유가격은 연초만 해도 60달러 선에서 움직였으나 최근 3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다.
국내 대형건설사 가운데 특히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국제유가 변수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전통적 중동시장 강자로 2020년을 시작할 때부터 중동을 바탕으로 한 해외사업 확대 기대감이 큰 건설사로 꼽혔다.
현재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수의 중동국가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1월 초 이란과 미국의 갈등으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커진 이후 발표한 올해 수주목표를 통해 시장의 해외수주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수주목표로 각각 25조1천억 원(현대엔지니어링 포함), 10조5천억 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실적보다 각각 4%, 50% 높여 잡았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커졌을 때 오히려 중동에서 초대형 수주를 따내며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현대건설은 6100억 원 규모의 카타르 건축공사, 삼성엔지니어링은 2조1천억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가스프로젝트 등을 포함해 올해 들어 벌써 해외에서 각각 4조 원에 육박하는 신규 일감을 확보했다.
하지만 2월 말부터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입국금지 조치를 하는 국가가 늘면서 중동사업 기대감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10일 오전 9시 기준 한국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한 중동국가는 레바논,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요르단, 이라크, 이스라엘, 카타르, 쿠웨이트, 팔레스타인 등 10개국에 이른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특히 수주 기대감이 큰 사우디아라비아가 8일, 카타르가 9일부터 한국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면서 수주 확대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동지역은 부족국가로 지냈던 전통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병 경험 등으로 호흡기 관련 전염병에 유독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각 국가의 입국금지 조치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실패로 국제유가 폭락까지 덮치면서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중동에서 수주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가 더욱 낮아졌다.
▲ 현대건설이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시공한 마덴 알루미나 제련소.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 움직임도 중동사업을 향한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국제유가가 폭락했던 6일 이후 처음 장이 열린 9일 각각 6.80%, 8.60% 내리며 대형건설사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하락폭을 보였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0일에도 나란히 장중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까지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이 해외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바라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관해선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중동지역에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없는 단계”라며 “현지 사업 진행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변화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장 현재 사업진행이나 신규수주에 영향이 있지 않다”며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하락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