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마련한 ‘남북 공동보도문’에 담긴 ‘유감’은 ‘사과’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남한은) 어렵게 마련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저촉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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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린 지난 8월2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비공개로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2일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유감’표명을 ‘사과’로 해석하는 것은 남한의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유감’이란 ‘그렇게 당해서 안됐습니다’라는 뜻”이라고 못 박으면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사과’를 받아낸 것처럼 여론을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유감 표명’은 사실상 문병을 한 셈”이라고 설명하고 “남조선 당국이 유감이라는 문구를 아전인수격인 사과로 해석하는 것은 조선 글자의 뜻과 단어의 개념조차도 모르는 무지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남한당국에서 이번 합의와 관련해 ‘원칙론의 승리’라고 해석한 데 대해 “입건사를 바로 못하는 어리석은 짓도 그만두어야 한다”며“북과 남이 한자리에서 합의한 공동보도문을 놓고 어느 일방의 승리로 묘사하는 것보다 더 천박하고 비루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북한은 “공동보도문 발표 이후 남한에서는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언행들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 상황을 방치해 두는 경우 북남관계는 기필코 대결의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 국방위의 이런 주장은 공동보도문을 통해 북한이 지뢰 사건을 시인하고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라는 정부의 해석과 상반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북한의 태도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공동보도문에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 관련 문항이 들어갔다는 것이 정답”이라며 “합의문을 써놓고 그 문구에 대해 왈가왈부할 시점이 아니고 남북이 함께 합의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준수할 때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우리가 말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치우칠 필요는 없다”며 “지금은 합의 이행을 위해서 서로 노력할 때이지 이렇게 말 가지고 다툴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