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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이사를 맡았다. 조 회장은 올해 흑자전환, 3년 내 정상화를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는 올해 대규모 순손실을 예상하고 5년 안에 정상화가 어렵다고 점친다. 조 회장은 과연 믿는 구석이 있어 이렇게 큰 소리를 치는 것일까?
◆ 한진해운 품으며 종합물류기업 수장 된 조양호
조양호 회장이 29일 열린 한진해운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조 회장은 임시주총 후 열린 이사회에서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대표이사로 선임된 석태수 사장과 조 회장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이미 한진과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인 조 회장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물류제국’의 꿈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됐다.
임시주총에서 강영식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강 부사장은 석태수 사장과 함께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임시주총 결과 한진해운홀딩스 분할과 신설법인 합병안이 통과됐다. 한진해운홀딩스는 신설법인과 기존법인으로 인적분할됐다. 신설법인은 해운지주사업부문과 상표권관리를 담당한다. 한진해운은 오는 6월1일 신설법인을 합병한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합병작업이 완료 되는 대로 4천억 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한진해운을 이끌어왔던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등기이사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은 이날 임시주총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회장이 2006년 별세한 후 한진해운의 경영을 맡아왔다.
최 회장은 2008년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오르며 ‘한진해운 독립의 꿈’을 꿨다. 하지만 해운업황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한진해운 경영에서 물러난 최 회장은 사이버로지텍, 한진에스엠 등 한진해운홀딩스 분할 후 남은 기존법인만 맡는다.
◆ 구조조정 없이 3년 내 정상화 자신
조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내에서 해상수송의 큰 축을 담당해왔으며 우리나라 해운 역사 그 자체”라며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 지금의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각오를 내비쳤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다시 초일류 해운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한진그룹의 모든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한진해운이 흑자를 낼 때까지 연봉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구조조정 소문에 대해서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역사상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인력을 줄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조직개편은 있을 수 있으나 그룹 전통에 따라 직원들의 일자리는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 회장은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일단 한진해운을 흑자로 만들 계획”이라며 “이르면 내년 늦어도 3년 이내에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품게 되면서 항공과 해운, 육상운송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물류전문회사가 됐다”며 “고객들은 편한 운송방법을 택할 수 있게 돼 시너지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아람코와 벌이고 있는 에쓰오일(S-Oil) 지분매각 협상이 늦어지는 데 대해 “당장 팔지 못하더라도 그룹 현금흐름 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급할 것이 없으니 여유를 갖고 매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현재 아람코와 계속해서 협상중”이라며 “아람코와 오랜 기간 인연을 쌓아왔고 매각 후에도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계열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을 에쓰오일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에 매각하겠다는 자구계획을 내놨다. 대한항공은 전체 보유 지분 3198만 주(지분율 28.4%) 중 3천만 주를 아람코에 일괄 매각해 2조2천억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매각을 통해 재무 상태를 개선하고 한진해운 지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 키 잡았지만 험난한 항해 예상돼
조 회장이 한진해운의 새로운 선장으로 임명됐지만 순항이 예상되진 않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직접 나섰지만 해운업황이 워낙 침체됐고 대한항공도 실적악화를 벗어나지 못해 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462.5%이다. 지난해 2424억 원의 영업손실과 680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NICE신용평가는 지난 18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송미경 NICE신용평가 전문위원은 “사업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악화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등이유를 설명했다.
한진해운에 2500억 원을 지원해온 대한항공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736.5%에 달한다. 게다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올해 자금지원도 쉽지 않다. 한진해운이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의 위기가 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실적전망은 밝지 않다. 증권가 실적전망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올해 57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겠지만 여전히 257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1분기에 393억 원의 영업손실과 1367억 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
한진해운 자체전망도 비슷하다. 한진해운은 한영회계법인과 함께 지난 16일 ‘중장기(2014~2018년) 경영전망 내부 보고서’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한진해운 매출 정상화가 어려워 보인다. 한진해운은 매출 10조 원을 기록한 2012년 수준을 회복하는 시점이 최소 2019년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진단한 결과 올해 매출은 8조8448억 원에 머물러 지난해보다 1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벌크선 사업 매각 후 남은 컨테이너선부문에 희망을 걸고 있는 듯하다. 한진해운은 올해 연간 컨테이너 수송량이 지난해보다 3% 늘어난 489만6500TEU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진해운의 실적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2014년에도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2014년 2분기부터 글로벌 선사 연합체인 P3가 등장함에 따라 시장과점이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며 “2013년보다 수요가 늘어나도 운임인상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