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성장동력인 카메라모듈 사업에서 코로나19 악재에 부딪혔다.
주요 고객인 애플의 아이폰사업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사업에도 먹구름이 꼈다. 여기에 카메라모듈 생산공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생산이 멈추는 일까지 발생했다.
LG이노텍은 1일 구미1A공장 직원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생산이 중단됐다고 2일 밝혔다. LG이노텍은 방역당국과 협의 후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3일 다시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구미1A공장은 LG이노텍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카메라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최소 사흘의 공장 폐쇄에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다만 “생산 재개 예정일까지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며 “정상적 영업활동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의 공장 폐쇄는 외국에서도 주목을 하고 있다. LG이노텍이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주요공급사이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LG이노텍은 애플이 가을에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12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할 것”이라며 “공장 폐쇄가 며칠에 그치면 아이폰 생산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아직 상황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카메라모듈사업은 LG이노텍의 성장엔진이다.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사업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광학솔루션)사업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매출 5조4257억 원을 내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했다. LG이노텍은 2019년 카메라모듈사업 호조 덕분에 매출 8조3020억 원, 영업이익 4039억 원의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
LG이노텍은 2020년에도 카메라모듈사업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카메라모듈사업에 2019년보다 2천억 원가량 증가한 시설투자 4800억 원을 진행하는 등 힘을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예기치 못한 악재가 되고 있다. 이번 확진자 발생으로 카메라모듈 공급에 차질을 빚었지만 빠르게 공장 가동이 재개된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있다. LG이노텍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애플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 생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폭스콘, 페가트론, 윈스트론 등 3대 제조사가 중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어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공장 일손 복귀가 지연됐고 중국 전역의 통제로 부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미 애플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애초에 제시했던 1분기 매출목표를 수정했다. 불확실성을 고려해 1분기 매출목표의 범위를 넓게 잡았음에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폰 생산은 2분기까지도 정상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생산은 2분기까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세계에서 확산되는 조짐을 나타내면서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 부진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애플은 2020년 상반기에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9(아이폰SE2)을 출시하고 하반기에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12 4종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이폰12 시리즈는 애플 최초의 5G 스마트폰인데다 증강현실(AR)을 염두에 둔 비행시간 거리측정(ToF) 센서 등 카메라 성능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
아이폰12 시리즈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할 가능성이 큰 LG이노텍을 향한 기대 역시 컸다. 공급량과 공급단가 모두 늘어나면서 실적 성장이 예상됐다.
그런 만큼 코로나19 사태로 아이폰12 판매량이 시장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면 LG이노텍도 일정부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탔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풀 꺾이고 있다.
주가는 1월30일 16만3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보였으나 그 뒤 주춤하며 14만 원대로 내려왔다. 2월28일에는 9.41%의 낙폭을 보이며 13만 원까지 하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