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임기 만료 6개월가량을 남겨두고 마음이 급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자리’를 걸고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밀어붙였는데 모두 종착점에 도달하는 데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 회장 임기 안에 성과를 마무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
28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해 올해 9월 임기가 끝난다.
이 회장은 취임 뒤 2년 반 동안 말 그대로 숨가쁘게 산업은행의 묵은 과제를 하나둘 해치웠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이 회장이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남긴 가장 큰 업적이 될 수 있다.
이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 성과를 내면 연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회장 역시 연임에 뜻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기를 반 년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두 회사의 매각은 아직 종착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어 이 회장으로서 답답할 수밖에 없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항공업계에서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4274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끝내는 데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정 회장이 인수를 주저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사장 및 임원 면담을 중단했다.
HDC그룹 내부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보는 시선도 더 차가워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계약금이나 평판 등을 고려했을 때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그리 높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인수를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인수를 마무리한다 해도 당초 세워뒀던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도 중국을 비롯한 5개 국가에서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중국에서 코로나19로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갈등의 여지도 안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서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빌려준 9천억 원을 바로 상환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이를 놓고 HDC현대산업개발은 난처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역시 갈 길이 멀긴 마찬가지다. 당초 올해 초 거래가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 6개 국가 가운데 카자흐스탄을 제외하고는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 결과는 일러야 5월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7월 이후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 회장의 임기 만료를 단 2개월 남겨둔 시점이다.
매각 일정은 당초 예상보다 한참 늦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에 매각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인수절차가 길면 6~7개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1년이 다 돼가도록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결과조차 나오지 않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면 한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6개 국가에서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