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설립, 일본에 상장, 미국인 대표, 중국 매출 1조 원.
넥슨의 현주소다.
김정주 NXC 대표이사는 2012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기업이 돼야 한다”며 넥슨을 글로벌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이런 김 대표의 꿈은 얼핏 보면 이뤄진 듯 하다.
그러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탓에 넥슨의 글로벌화는 아직 미완으로 남아 있다. 김 대표가 지난해 회사를 매각하는 데 실패한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넥슨은 올해 서구권 시장을 공략해 김 대표의 목표를 이루고 기업가치를 다시 인정받는 데 매진한다.
27일 넥슨코리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시범운영하면서 받은 이용자 의견을 게임에 반영하는 데 분주하다.
넥슨코리아는 2004년에 나온 PC온라인 경주게임 ‘카트라이더’를 최신화하는 방식으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만들고 있다. 게임을 16년 만에 전면 개편해 올해 출시하기로 목표를 잡았다.
넥슨코리아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로 글로벌사업을 확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 카트라이더는 한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만 인기를 끌었다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북미와 유럽 이용자들의 관심도 받을 수 있도록 게임을 손봤다.
가령 캐릭터 얼굴에 입을 그려 넣었다. 동양 문화에서는 눈을 강조하는 반면 서양문화에서는 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분석에 따른 조치다. 캐릭터 감정이 더 잘 나타나야 서구권에서 유리할 것으로 파악하고 팔다리의 길이도 늘렸다.
게임을 PC뿐 아니라 콘솔 플랫폼에 내놓는 배경도 서구권 이용자를 공략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박훈 넥슨코리아 디렉터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개발 배경을 설명하면서 “카트라이더의 그래픽을 개선하고 시작했다가 글로벌로 나가보자고 생각했다”며 “서구권에서 인기 있는 콘솔과 아시아에서 인기가 많은 PC플랫폼을 모두 지원하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프로젝트로 ‘카트라이더’ 지식재산을 선택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캐주얼게임은 국가마다 취향을 타지 않는다”며 “서구권에 나가도 경쟁력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넥슨코리아 모회사 넥슨(일본법인)도 서구권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이사는 13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 참석해 “올해는 엠바크스튜디오의 새 게임 얘기도 많이 할 것”이라며 “엠바크스튜디오의 작업이 서구권에서 온라인게임 판도를 바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엠바크스튜디오는 넥슨이 2019년 7월 인수한 스웨덴 개발사다. 다중사용자 협동 액션게임을 만들고 있으며 비전문가도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1년 12월 넥슨을 일본 도쿄증권시장에 기업공개했다. 한국이 아닌 일본에 상장한 데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려는 목적도 있었다.
김 대표는 2012년 한 대담회에서 “한국시장은 한계가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대학생 시절에 후배인 최승우 넥슨 전 대표와 함께 일본으로 연수를 가서 “일본인들이 내가 만든 게임을 사려고 줄서는 걸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김 대표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넥슨은 2019년에 매출을 2018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일본 매출비중은 2019년 6%에 그쳤다. 북미도 매출비중에서 6%를 차지했는데 2018년과 비교해 매출은 오히려 10% 정도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