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배터리업계에서는 LG화학이 미국 루시드모터스의 전기차 첫 양산모델에 원통형배터리의 독점 공급권을 확보한 것을 두고 수주 경쟁력 측면에서 경쟁사들에게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루시드모터스는 미국에서 테슬라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신생 전기차 제조사로 올해 하반기 전기차 루시드에어의 표준형 모델을 양산하는데 여기에 LG화학의 원통형배터리가 쓰인다.
루시드모터스는 2016년 전기차용 파워트레인(자동차의 동력 전달계)의 개발을 시작할 당시 삼성SDI에서 배터리를 받았다. 이번 LG화학과의 계약을 통해 새로운 파트너십을 선택했다.
기존에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로 파우치형배터리를 공급하고 원통형배터리는 전동공구나 가전제품 등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원통형배터리보다 파우치형이나 각형배터리를 선호하는 방식으로 발전했고 원통형배터리를 고집하는 전기차 제조사가 파나소닉으로부터 배터리를 독점해 받는 테슬라 정도만 남았기 때문이다.
파우치형이나 각형배터리의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전기차회사들의 배터리 수급처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용 원통형배터리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출시를 앞둔 전기차 ‘XJ EV’를 원통형배터리 기반 전기차로 개발했고 볼보도 상용 전기트럭에 원통형배터리를 탑재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생 전기차회사 루시드모터스나 아마존의 투자를 받는 리비안 등도 전기차배터리로 원통형배터리를 활용한다.
김 사장은 이런 시장의 흐름을 근거로 LG화학이 고객사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전기차용 원통형배터리의 시장 경쟁력이 아직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앞서 3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현재로서는 전동공구용 원통형배터리의 수요가 많다”면서도 “LG화학은 내부적으로 전기차나 경전기 이동수단(LEV)용 원통형배터리의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기초로 전기차배터리사업의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18년 LG화학의 원통형배터리를 전기버스에 탑재시키는 등 일찍부터 전기차용 원통형배터리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지난해에는 테슬라의 신형 전기차 ‘모델3’의 중국 생산분량에 원통형배터리를 공급할 권리를 따내며 세계 최대의 원통형배터리 수요처를 확보했다. 이어 루시아모터스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이런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해가고 있는 것이다.
루시아모터스와의 계약과 관련해 김 사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용 원통형배터리시장을 적극 공략해 앞으로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확실한 글로벌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목표를 말했다.
이런 자신감은 LG화학이 파우치형배터리시장에서 확보한 강력한 지배력에 기반을 둔다. 현재 LG화학은 파우치형 전기차배터리의 수주잔고를 150조 원가량 확보한 수주금액기준 글로벌 1위 회사다.
김 사장이 전기차용 원통형배터리의 시장 성장세에 확실하게 올라탈 수 있다면 그의 목표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용 원통형배터리시장은 올해 76.4GWh에서 2023년 150GWh, 2025년 227.9GWh로 연 평균 25%씩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