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한숨 돌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포스코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포스코그룹 전체가 휘청거리는 등 권오준 회장이 추진해 온 포스코의 경영정상화가 차질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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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24일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5개월 넘게 이어져 온 포스코 수사가 사실상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 등 포스코 비리의 중심에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배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정준양 전 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를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배 전 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과 포항제철에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배 전 회장은 지역언론사 회장까지 맡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과 포항 일대 출신 인사들(영포라인)과 두터운 친분을 형성했다.
검찰은 배 전 회장이 동양종합건설 대표로 재직하던 2009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그룹의 국내외 사업에 참여하면서 회삿돈을 횡령해 포스코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법원은 배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22일 기각했다. 검찰은 당시 정동화 전 부회장의 영장이 두 차례 기각됐을 때 이상의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정준양 전 회장을 소환해 포스코 수사를 매듭짓기로 방침을 세워뒀다.
하지만 포스코그룹 관계자가 한 명도 구속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볼 때 검찰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 정 전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검찰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포스코 본사와 계열사들은 물론이고 포항 등 지역사회에서도 포스코 수사가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3월 중순 시작된 검찰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포스코 본사는 물론이고 계열사들까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5개월을 보내고 있다.
포스코 내부에서 수사에 대한 피로감도 매우 커져 있는 상황이다. 계열사도 인사 문제 등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김응규 포항스틸러스 사장은 지난 2월 선임됐는데 취임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구단은 경영쇄신안에 따라 김 사장이 퇴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사장이 정준양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어 그를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포스코의 의지가 담긴 인사로 해석된다.
최근 이진우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이 취임 6개월 만에 돌연 사임했다. 당사자는 학술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학계와 지역사회 등에서 이 교수가 지역 일간지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검찰수사 기간동안 포스코 주가도 급락했다. 포스코 주가는 24일 종가 기준 17만5500원을 기록했다. 검찰수사가 시작된 3월13일 종가 26만5500원에서 33% 이상 하락했다.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면 권 회장이 7월15일 발표한 경영쇄신안 추진에도 한층 힘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수사가 길어지면서 포스코가 쇄신안을 강력히 추진할 초반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권 회장도 최근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 기강을 다잡고 나섰다. 권 회장은 22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특강에서 윤리를 경영의 최우선적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 경영상 손실이 오더라도 어떤 경우에도 윤리를 지켜야 하며 그것이 좋은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