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경영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최대주주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의 지원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최근 쌍용차에 23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곧바로 자금 투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구체적 투자방법이나 투자시기 등을 밝히지 않아 투자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앤마힌드라 사장 겸 쌍용자동차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가 자력으로 생존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 놓이면서 시장의 시선은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에 쏠리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에 수출 부진으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적자를 냈지만 당장 이를 해결할 방안을 쥐고 있지 않다.
더욱이 올해 내놓을 신차가 없다는 점에서 지난해보다 실적 전망은 더 어둡다.
게다가 이미 자본잠식이 시작돼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의 지원이 없다면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할 수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2819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적자가 339.3% 확대됐다. 순손실도 2018년보다 452% 늘었다.
쌍용차의 긴박함과 달리 마힌드라앤마힌드라는 자금 투입을 놓고 신중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질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추가 자금 투입을 언급하긴 했지만 투자금액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마힌드라앤마힌드라를 망설이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는 쌍용차가 흑자전환하려면 모두 5천억 원가량이 필요하다고 바라본다. 우선 2300억 원은 책임지겠다는 뜻을 내놨는데 마힌드라앤마힌드라로서도 부담되는 금액이다.
물가인상률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쌍용차를 인수하는 데 들인 금액의 절반가량을 더 쏟아 넣어야 하는 셈이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5225억 원에 인수했다.
그동안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투자한 금액과 비교해도 2300억 원은 꽤 큰 규모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는 유상증자를 통해 쌍용차에 2013년 800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2019년 초 500억 원 등 모두 13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더욱이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올지도 장담할 수 없다. 쌍용차는 2011년 마힌드라앤마힌드라에 인수된 뒤 판매 확대를 위해 수출에 온힘을 쏟았지만 여전히 해외판매에서 고전하고 있다.
쌍용차 투자를 놓고 마힌드라앤마힌드라 투자자들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 주가는 인도 주식시장에서 7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9% 가까이 떨어졌는데 인도 현지언론들은 쌍용차의 연간 실적이 발표된 뒤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주가 하락의 원인을 쌍용차의 실적 부진에서 찾고 있다.
인도의 일간지 라이브민트는 10일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의 주가는 쌍용차의 적자 우려로 급락했다”며 “‘고생 끝 행복이 온다’는 한국 속담도 있지만 마힌드라앤마힌드라와 그의 투자자들은 쌍용차의 실적 감소를 소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이런 요인들을 무시하고 곧바로 자금 투입을 결정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쌍용차의 자본잠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자금을 서둘러 투입해 경영악화를 막지 않으면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입을 손실도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자본잠식률은 2019년 2분기 11.2%에서 4분기 46.2%로 증가했다. 올해 판매 반등을 위한 묘책이 딱히 보이지 않은 만큼 이 수치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통상 2월 말쯤 열리는 이사회에서 논의를 거친 뒤 3월쯤 추가 자금을 투입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쌍용차는 아직 마힌드라앤마힌드라로부터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 의견은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의 투자와 관련해서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