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플라스틱올레드(P-올레드) 패널을 들고 자동차 전자부품(전장)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장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LG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올레드 공급량을 늘려 실적 개선의 기회를 잡는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왼쪽)과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장 부사장. |
6일 LG전자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기업 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이 2021년 내놓는 차량 '에스컬레이드'에 ‘디지털 콕핏’을 공급하기로 했다. 디지털 콕핏은 디지털 기술이 도입된 자동차 조종석을 말한다.
캐딜락에 탑재되는 디지털 콕핏은 LG전자가 개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 결합) 시스템과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 플라스틱올레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플라스틱올레드는 차량에 알맞은 제품 디자인을 만들기 수월하다는 점에서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LCD(액정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올레드는 일반 올레드와 달리 유리 기판 대신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에 발광층을 증착한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용 패널로 사용되지만 최근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는 추세에 따라 자동차부품에도 쓰이고 있다. 자동차마다 다른 내부 디자인에 적합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올레드의 유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 낮은 LCD(액정 디스플레이)사업을 올레드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올레드사업 확대에도 힘써 왔다.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용 올레드시장을 선점한 삼성디스플레이에 밀려 좀처럼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LG그룹에서 자체 소화하는 플라스틱올레드 물량도 많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3분기 기준 LG전자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1.5%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LG전자가 플라스틱올레드 기반 디지털 콕핏 등 전장산업을 강화하면서 앞으로 LG디스플레이의 플라스틱올레드 공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2020(소비자 가전전시회)에 참석해 “차량용 디스플레이 매출은 2017년 1조 원을 넘었고 2021년에는 2조 원에 이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매출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전장산업에 무게를 싣고 있는데 LG디스플레레의 수준 높은 디스플레이 기술과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2018년 자동차부품기업 ZKW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차량용 운영체제 ‘웹OS오토’를 개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뛰어난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이 전장산업 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디지털 콕핏의 구체적 공급 물량은 말하기 어렵지만 차후 다른 자동차로도 플라스틱올레드 기반 부품 공급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 LG전자가 미국 GM 캐딜락에 공급하는 디지털 콕핏. < LG전자 > |
LG전자 VS(전장)사업본부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19년 매출 1조3552억 원, 영업손실 637억 원을 냈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2019년 4분기 영업손실만 4219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수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만큼 두 기업이 플라스틱올레드에 바탕을 둔 전장사업에 협력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시장 규모는 2016년 60억 달러에서 2023년 100억 달러 수준으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올레드 기반 자동차용 디지털 콕핏을 앞세워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2019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LG전자 VS사업본부는 2021년 흑자전환을 예상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실적 반등을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