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노조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 관련 금융감독원의 최고경영자 중징계를 놓고 사뭇 다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두 은행 노조가 금감원 결정에 같은 사안을 두고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왼쪽)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
우리은행 노조는 5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사임을 막겠다는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손 회장을 해임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노조는 이사회의 결정을 손 회장 ‘찍어내기’로 보고 행동에 나설 수 있다”며 “손 회장이 자진 사임을 선택한다고 해도 노조는 이런 선택을 내리지 않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노조는 금감원의 손 회장 중징계가 권한을 넘어선 행위로 감독 실패의 책임을 은행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손 회장의 징계 수준을 결정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파생결합펀드 사태로 최고경영자에게 중징계를 내려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하나은행 노조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한 대응방안에 말을 아꼈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함 부회장이 남은 부회장 임기를 놓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먼저 의견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가 열리기 하루 전인 1월29일 최호걸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이 금감원을 방문해 최고경영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과 비교하면 노사대립이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나은행 노사가 최근 ‘KEB하나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명칭 변경을 놓고 대립했던 점을 감안하면 함 부회장의 결정에 따라 다시 노사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노조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는 그동안 쌓아온 신뢰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우리은행은 은행권에서도 노사관계가 가장 돈독한 곳으로 꼽힌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시절에 노사가 힘을 합쳐 ‘정부 대 노사’로 활동하며 협력해 온 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통해 직원 보수체계 등 근무환경이 상당히 좋아졌다”며 “현재 노조 지도부와 경영진 사이에서는 이런 주요 현안들을 함께 해결했다는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하나은행 노사관계는 2017년 급격히 악화된 이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 임금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집행부 선출에 사측의 개입설을 제기하며 하나은행 노사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말도 나왔다.
하나은행 노사관계가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 이유로 꼽혔던 공동 노조위원장체제가 통합 노조위원장체제로 바뀐 점은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파생결합펀드 관련 사태에서 보인 통합 노조위원장의 태도를 감안하면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하나은행 노조는 2015년 9월 합병 이후 하나은행 출신과 외환은행 출신이 각각 공동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2019년 12월에 첫 통합 노조위원장으로 현재 최호걸 위원장을 선출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노조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지배구조 안정성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우리금융그룹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 후계구도를 갖춘 만큼 노조가 각자 조직의 상황에 맞춰 최고경영자 거취를 놓고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손 회장이 물러나면 후계체제가 마련되지 않아 조직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도 유력했던 함 부회장이 후계구도에서 멀어지면 혼란이 불가피하지만
지성규 하나은행장 등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차선의 인물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은 3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결재를 통해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현직은 마칠 수 있지만 이후 3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을 맡을 수 없다. 손 회장은 3월 말, 함 부회장은 12월 말로 현재 임기를 마친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