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중국의 통신장비기업 ZTE 등 MWC 2020 주요 참가 기업들의 불참 선언이 이어지면서 MWC 2020의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주최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참가비를 이미 다 지불한 상황이라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주최측이 행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지만 LG전자와 ZTE의 불참 선언이 기폭제가 돼 행사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MWC 2020의 흥행은 고사하고 개최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지는 것은 구 사장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MWC2020은 구 사장이 구상하고 있는 B2B사업 글로벌화에 속도를 낼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MWC2020은 글로벌 통신사들 뿐 아니라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화웨이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의 경영진이 총 출동하는 행사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팩토리 등 KT의 강점을 활용한 수많은 사업기회들을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들과 논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투자계약, 업무협약(MOU) 등 다양한 형태로 수많은 사업적 논의들이 오고갈 수 있다.
구 사장은 이미 한 차례 글로벌기업의 경영진들과 만날 기회를 놓쳤다.
KT 최고경영자로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1월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 참가하지 못했다.
반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다른 SK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부스를 열었고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행사장을 찾아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들과 교감을 나눴다.
실제로 CES 2020에서 박정호 사장은 글로벌 전기차 기업인 바이톤과 전기자동차 사업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고 미국의 방송사 싱클레어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MWC2020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거나 행사 자체가 취소된다면 KT의 글로벌 B2B사업 추진이 어느 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KT는 5G통신 상용화 초기부터 B2B사업에 힘을 실어왔는데 구 사장은 대표이사로 내정된 뒤 KT B2B사업의 무대를 세계로 확장시키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특히 KT가 5G통신 B2B사업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술인 모바일 에지컴퓨팅(MEC)의 상호호환을 위한 단일 스펙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1월17일 보다폰, 버라이즌 등 글로벌 통신사와 결성한 ‘5G 퓨처 포럼’을 결성한 것을 두고 KT가 글로벌 B2B사업 준비를 마쳤다는 관측도 나왔다.
구 사장은 2020년 KT 조직개편에서 글로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B2B사업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KT의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을 기업부문으로 통합하고 이 부문의 수장에 구 사장과 ‘투탑’으로 KT를 이끌게 된 박윤영 KT 기업사업부문장 사장을 앉혔다. 박 사장은 그동안 KT의 B2B사업을 이끌며 현대중공업, 삼성의료원 등과 협력 성과를 낸 인물이기도 하다.
KT 관계자는 구 사장의 MWC2020 참석 여부를 놓고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