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첨단소재사업본부는 LG화학-LG디스플레이-LG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밸류체인의 시작점이라는 의미가 있어 이와 관련한 변화에는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LG화학의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것은 사업구조 개편안이 마련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 두 계열사가 LCD에서 올레드(OLED, 유기발광 다이오드)로의 체질 전환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LG화학이 LCD 관련 사업들을 오래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전부터 업계에 파다했다.
이날 LG화학이 LCD유리기판사업의 철수를 공식화한 만큼 이제 신 부회장의 다음 행보도 '탈LCD'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첨단소재사업본부 산하 재료사업부문의 LCD편광판사업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LG화학의 LCD편광판사업도 LCD유리기판사업과 함께 신 부회장이 손을 뗄 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꼽혀왔다.
이날 열린 2019년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LG화학이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전략을 올레드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라고 밝힌 만큼 신 부회장이 LCD편광판사업과 관련해서도 어떠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충분하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미국 유니버셜디스플레이와 올레드 발광층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고 같은 해 4월에는 다국적 화학회사 듀폰의 올레드기판 재료기술인 ‘솔루블 올레드’ 기술을 양수했다.
이는 신 부회장이 이전부터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중심을 LCD에서 올레드로 옮기겠다는 구상을 품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 부회장이 올레드 관련 사업이나 기술의 양수, 혹은 유망한 회사의 인수합병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LG화학은 2012년 LCD유리기판 생산설비의 증설을 위해 7천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으나 이 가운데 2724억 원이 집행됐을 뿐이다. 신 부회장이 남은 4276억 원을 다른 쪽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LG화학이 LCD유리기판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식이 사업부문의 매각이라면 투자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여지도 있는 만큼 올레드 아닌 다른 사업에 필요한 종잣돈으로 쓸 수도 있다.
LG화학은 신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내정됐던 2018년 말부터 첨단소재사업본부에서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접거나(폴더블) 돌돌 마는(롤러블) 등 휘는(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소재다.
신 부회장이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사업의 시작을 결정한다면 시장 선점효과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시장에서만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SK이노베이션(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3개 회사가 사업을 먼저 시작했으며 이들은 모두 양산체제까지 갖췄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라는 계열 고객사가 있다는 점에서 LG화학에게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사업은 안정적 판로가 확보된 사업이다.
앞서 1월30일 열린 2019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LG전자는 롤러블TV를 올해 상반기 안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계열사의 투명 폴리이미드필름 수요가 이미 예정돼있는 셈이다.
게다가 LG화학에게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은 아예 낯선 사업도 아니다.
LG화학은 일반 폴리이미드필름과 관련한 특허 보유량이 2018년 기준 111건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기반기술을 충분히 축적했다는 뜻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첨단소재사업본부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올레드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며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사업도 아직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