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국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중국사업 회복’과 ‘전동화사업 성장’을 핵심 경영목표로 내걸었다.
현대모비스가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한다면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40조 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2020년 중국시장 수주목표를 8억1800만 달러로 잡았다.
2019년 중국에서 따냈던 일감이 3억9100만 달러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수주목표를 2배 이상 높였다.
박 사장이 올해 수주목표를 높게 잡은 것은 중국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수주목표를 달성하면 중장기적 매출 회복도 가시화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우수 고객 위주로 영업활동을 벌이고 현지에서 원가 절감을 강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중국은 현대모비스가 무조건 입지를 회복해야 하는 지역이다. 글로벌 1위 자동차시장인 만큼 세계 완성차기업들이 대부분 진출해 있어 부품기업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최근 수년 동안 중국사업에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 이후 활로를 찾는 데 고전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모듈과 부품부문의 중국사업에서 매출 4조8431억 원을 냈다. 2015년만 하더라도 매출 10조 원가량을 냈는데 4년 만에 매출이 반토막났다.
박 사장은 현대모비스의 실적 회복을 위해 전동화사업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전동화사업 투자를 지속하겠다며 유럽 핵심 생산거점인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 전동화부품 공급을 위한 배터리 조립라인의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동화사업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으로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 사업분야로 꼽히는 만큼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2021년 출시할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신차 출시에 발맞춰 국내에 3300억 원을 투자해 전동화부품 신규 생산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수년 동안 전동화사업에 힘을 실어 왔다. 2017년 처음으로 전동화사업에서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후 2년 연속으로 5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해 지난해 매출 2조8천억 원가량을 냈다.
현대모비스의 이런 사업목표는 박 사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 여의도에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직접 CEO 간담회를 열고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박 사장은 당시 회사의 미래 성장 방향으로 ‘자율주행’과 ‘전동화’를 꼽으며 전동화사업 성장을 위해 핵심부품의 효율을 개선하고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행기술 연구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 거점에서 현지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아웃소싱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겠다고도 했다.
현대모비스를 바라보는 증권가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가 중국에서 창저우와 텐진 공장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2020년에는 충칭 공장과 에어백사업의 흑자전환으로 중국사업에서 연간 영업이익 기준으로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모비스가 올해도 실적 개선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동화사업의 성장 등이 외형 성장을 견인하는 가운데 중국사업 손익 개선과 고정비 부담 감소 등으로 수익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31일 현대모비스와 관련해 분석보고서를 낸 10개 주요 증권사 가운데 8곳은 올해 현대모비스가 연결기준으로 매출 40조 원 이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모비스가 연간 매출 40조 원을 넘어서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