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흠 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역에서 열린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변창흠 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50년 된 서울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계획에서 '소셜믹스' 개념을 적용해 전국 쪽방촌 개선사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31일 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2023년 입주를 목표로 하는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에 따라 국토교통부, 서울시, 서울주택공사 등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변 사장이 주장하고 있는 '소셜믹스'는 사회적 혼합이라는 뜻으로 다양한 사회계층과 세대가 같은 영역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회통합정책을 말한다.
변 사장은 2015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소셜믹스 혼합단지 공동체 활성화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하고 2018년 세종대 교수 시절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소셜믹스의 도입 초기에 계층 사이 갈등이 다소 생기더라도 꾸준하고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는 소신을 보였다.
그는 2018년 언론 인터뷰에서 "소셜믹스가 도입된 구역이 사회적 배제대상이 되지 않도록 다양하게 혼합해야 한다"며 "계층 사이 교류없이 단절이 이어지면 극단적 인종차별 같은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 기관장들도 소셜믹스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적어도 서울에 있는 5개 쪽방촌에 소셜믹스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쪽방촌 거주민의 재정착을 돕고 다양한 계층이 교류하는 사회공존의 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행복주택 등을 통해 청년과 신혼부부가 유입되면서 고립된 쪽방촌에서 교류하는 공간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시장도 "주거문제는 국민이 가장 크게 고통 받는 부분이고 서울시는 소셜믹스를 가장 큰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소셜믹스가 쉽지 않은 과제지만 사회 종합적 생태계를 만들어 공동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주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토지주택공사는 국토부, 서울시 등과 함께 360여명이 거주하는 영등포 쪽방촌 1만㎡를 개발해 쪽방주민들이 다시 입주하는 공공임대주택과 분양주택 등 총 1200가구의 주택을 2023년까지 공급한다.
쪽방촌을 정비사업으로 개발하기로 하면서 부동산시장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지역은 철도 등 교통여건이 좋은 데다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 각종 편의시설이 모여있어 과거 낙후한 쪽방촌지역이 활기찬 곳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쪽방촌 근처 유해업소 밀집지역은 2015년 영등포 쪽방촌 정비계획에 포함됐지만 권리관계가 복잡해 이번 공공주택 정비사업 계획에서 빠졌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유해업소 밀집지역 개발도 이뤄지면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는 영등포가 서울의 3대 도심에 해당하는 만큼 위상에 걸맞게 유해업소 밀집지역도 정비돼야 한다는 뜻을 공유하고 있어 조만간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변 사장은 쪽방촌 개발에 소셜믹스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변 사장은 "영등포 쪽방촌 개발에 용지비 2100억 원, 공사비 500억 원 등 2980억 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간사업을 뺀 공공사업 부분만 산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같이 집행할 것이지만 사업성이 부족해 큰 적자가 예상된다"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적자를 보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지주택공사는 전국에 10개의 쪽방촌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각 지역의 여건에 맞는 사업방식을 적용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정비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