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수익성 강화를 최대 과제로 하는 ‘비상경영체제’ 속에서도 CJ의 고배당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주사인 CJ는 순이익의 증감과 관계없이 매년 400억 원가량의 배당총액을 유지하는 ‘고배당주’로 꼽힌다.
최근 2년 동안 보통주는 주당 1450원, 우선주에는 주당 1500원을 각각 배당했으며 2015년과 2016년 회계연도에는 각각 보통주 1350원, 우선주 1400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중)을 살펴보면 2015년 67.6%, 2016년 87.1%, 2017년 70.1%으로 보통 20~30%대를 유지하는 다른 지주사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2018년에는 별도기준 순이익 361억 원보다 많은 410억 원을 배당하기도 했다. 당시 건물 리모델링으로 일회성비용이 반영되면서 순이익이 줄었지만 주주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그대로 배당총액을 유지했다.
CJ뿐 아니라 CJ제일제당과 CJCGV, CJENM 등 그룹 계열사들 역시 그동안 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를 보더라도 배당총액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최근 수년 동안 그룹 차원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순이익이 크게 줄었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번에도 배당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CJ는 순수지주사로 로열티수익과 배당수익, 부동산 임대료수익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로열티 수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로열티수익과 배당수익 등이 CJ의 배당재원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CJ가 순이익 증감과 관계없이 꾸준히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이유로는 주주친화정책과 함께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자금 확보가 꼽힌다.
이 회장은 CJ 지분 36.7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CJ그룹 오너일가 가운데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고 있었는데 이번 배당부터는 이 회장의 자녀들도 사실상 처음으로 CJ에서 유의미한 액수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분할로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CJ 지분 2.8%, 이경후 CJENM 상무는 CJ 지분 1.2%를 보유하게 됐다.
또 이 회장이 지난해 12월에 들고 있던 신형우선주를 증여하면서 두 자녀는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신형우선주 92만 주씩을 소유하고 있다.
CJ가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배당을 결정하면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는 배당금으로 각각 25억4500만 원, 18억9천만 원가량을 받는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 필요한 자금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주사인 CJ에서 배당으로 의미있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첫 사례다. 앞으로 이들이 마련해야 할 승계자금을 감안하면 CJ가 오히려 배당금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배당확대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도 CJ의 높은 배당성향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활동 가이드라인에 의결권 행사 대상기업 가운데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이나 배당안건을 반대한 기업 등을 뽑아 중점관리기업으로 정하고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