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준법감시인의 소비자 보호 총괄책임자(CCO) 겸직을 해제하면서 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한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준법감시인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독립적 CCO을 내세워 소비자 보호에 힘을 쏟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NH농협은행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새 준법감시인 선임안을 의결했다.
새 준법감시인은 변호사 출신으로 알려졌다. 임기는 2월3일부터 시작된다.
그동안 NH농협은행의 준법감시인은 CCO를 겸직했는데 이번에 소비자 보호업무가 분리됐다.
준법감시인이 CCO를 겸직하면 소비자 보호업무의 전문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응한 조치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사태 등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부통제를 강화한 측면도 있다.
이 행장은 준법감시인 선임과 함께 강문철 금융소비자부문장을 CCO로 선임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CCO와 소비자 보호 총괄부서의 권한을 강화해 내부적으로 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보호부문의 독립성 강화는 시중 주요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사항이다.
소비자 보호조직을 다른 조직과 중복해 맡다보면 독립된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고 다른 업무와 충돌해 소비자 보호업무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규모가 크고 민원건수 비중이 높은 금융사는 임원급의 독립적 CCO를 선임하도록 한 금융위원회의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영향도 있다.
모범규준은 자산 10조 원 이상 은행·증권·보험·카드사와 자산 5조 원 이상 저축은행 가운데 민원건수(과거 3개년 평균) 비중이 해당 업종 내 4% 이상이면 CCO를 독립해 선임하도록 했다.
모범규준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지만 지키지 않으면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2019년 연말인사를 통해 ‘소비자보호그룹’을 새로 만들고 CCO에 박현준 부행장보를 선임했다. 기존에는 안효열 상무가 경영기획그룹 업무와 함께 CCO를 맡고 있었다.
KB국민은행도 2019년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브랜드전략그룹 안에 있던 소비자보호부를 떼어내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하고 그 밑에 소비자보호부를 마련했다. 명현식 상무를 CCO로 새로 선임했다.
KEB하나은행은 소비자행복그룹 안에 소비자보호본부가 독립적으로 구성돼있고 CCO인 백미경 전무가 소비자행복그룹장과 소비자보호본부장을 겸임해 소비자 보호업무를 독립적으로 총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아직 행장 선임이 이뤄지지 않아 임원인사가 나지 않았지만 행장 선임이 마무리 되는대로 소비자보호를 위한 전담 조직 등 조직개편과 CCO 선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중 은행 대다수가 독립 CCO 선임대상이다”며 “소비자 보호업무의 독립성과 권한이 강화돼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가 내실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