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산하의 불공정수입조사국이 SK이노베이션의 요청을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3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불공정수입조사국은 국제무역위원회에 “SK이노베이션이 낸 2건의 요청서를 모두 기각(deny)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이에 앞서 2019년 12월 SK이노베이션은 국제무역위원회에 ‘LG화학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영업비밀 가운데 20가지 이상을 제외해 달라’는 요청서와 ‘소송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므로 소송을 더는 지연하지 말고 약식 판결을 내려달라’는 요청서를 각각 냈다.
이를 놓고 불공정수입조사국은 의견서를 통해 “LG화학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영업비밀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이 더 이상 항의하지 않았다”며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법인인 SKBA가 수입한 배터리 샘플은 LG화학이 주장하는 영업비밀 침해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증거”라고 말했다.
불공정수입조사국은 지난해 11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을 요청했을 때도 “SK이노베이션이 디지털조사(포렌식)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만큼 조기 패소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국제무역위원회가 불공정수입조사국의 의견대로 LG화학에 유리한 결론을 내리더라도 미국 행정부가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9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고 싶어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결론이 내려지기를 원할 수 있다”며 “국제무역위원회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무역위원회의 판결은 행정조치로서의 효력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은 미국 무역대표부가 최종 판결로부터 60일 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 효력이 사라진다.
지난 2013년 8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에서 국제무역위원회가 삼성전자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6차례 미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가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