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jelee@businesspost.co.kr2020-01-29 15: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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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정부의 ‘신남방정책’ 기조에 맞춰 이 지역으로 수출하는 기업에 지원을 확대한다.
이 사장은 미국, 중국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수출구조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신남방지역의 국가에도 한국 기업들이 수출하는 것을 지원하면 국내경제가 국제정세에 따른 큰 변동성에도 대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29일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신남방국가 등 신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의 무역보험 한도를 최대 2배까지 높여주는 등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한국 기업에 사업을 발주하거나 상품을 수입하려는 해외 업체의 자금조달도 지원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한국 기업의 신남방국가 등의 신시장 진출을 위해 2019년 10월까지 기준으로 33조8천억 원을 지원했다. 2018년에도 41조5천억 원을 지원했는데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신남방국가 등에 진출하기 위한 기업을 돕는 구체적 지원방법으로는 ‘사전금융한도’, ‘무역보험 특별지원방안’ 등이 있다.
사전금융한도는 한국 기업에 사업을 발주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한도를 미리 제공하는 것이다. 발주처의 자금조달을 지원해 한국 기업의 수주를 늘릴 수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와 사전금융한도와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무역보험 특별지원방안’은 한국 기업이 제품을 수출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을 말한다.
신남방국가 등으로 수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는 최대 2배까지 한도를 늘려주는 것으로 기업은 이를 통해 대금 회수의 부담없이 수출을 늘릴 수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신남방지역에 해외지사도 설립하면서 직접 한국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 4월 베트남의 하노이지사를 열었다. 기존 베트남 호찌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도 뉴델리 등에 지사가 있다.
하노이지사 등 해외의 무역보험공사 지사들은 현지 국내외 금융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사장은 베트남 하노이지사 개소식에서 “베트남은 신남방 진출의 핵심국가”라며 “하노이지사는 앞으로 국내 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보험공사는 태국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9월2일 태국 방콕에서 국영 석유화학기업 'PTT글로벌케미칼(PTTGC)' 및 민간 시멘트·석유화학기업 '시암시멘트퍼블릭컴퍼니(SCC)'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 기업이 PTTGC 및 SCC 발주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한국산 기자재를 수출하는 조건으로 무역보험공사는 발주처 2곳을 대상으로 각각 최대 10억 달러까지 중장기 금융을 제공한다.
싱가포르에서도 한국 기업의 수주를 위한 금융지원에 나섰다. 무역보험공사는 2019년 4월10일 싱가포르개발은행(DBS)과 한국기업 참여 프로젝트의 금융지원 협력, 해외 프로젝트 정보 상호교환, 공동 세미나 개최 등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싱가포르개발은행은 동남아시아 최대 종합금융그룹으로 총 자산은 3800억 달러(약 447조 원) 규모에 이른다. 최근 8년 동안 석유·가스, 인프라 등 100여건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싱가포르개발은행과 협력하면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맞춤형 금융을 제공해 한국 기업의 신남방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이 지역으로 수출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 현재 국내경제가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수출구조에서 벗어나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사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같은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하고 중국에서 최종 제품을 완성해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구조"라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분업 구조가 흔들리는 것과 관련해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국 등 특정 국가나 반도체 등 특정산업에 치우친 수출구조를 탈바꿈시켜야 한다"며 "수출시장을 신남방·신북방 등으로 확대하면 미국과 중국시장이 위축될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