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에서 총장 직선제 폐지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대 대학교수가 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투신자살하면서 김기섭 총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총장 직선제가 대학 민주화와 자율권을 지키는 보루라는 의견이 많아 교육부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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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섭 부산대 총장. |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17일 밤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5일 끝난다.
김 총장은 이날 대학 본관 앞 교수 농성장을 방문해 “차기 총장을 간선제로 선출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김 총장이 물러나면서 안홍배 교육부총장이 총장직을 대행하게 됐다.
부산대는 차기 총장 후보 선출절차를 중단하고 18일부터 교수회와 총장 선출방식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부산대는 총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대학교수가 17일 본관 4층 건물에서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문과 고모 교수는 “총장은 (직선제 이행) 약속을 이행하라”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부산대는 전국 국립대학 39곳 가운데 유일하게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대학들은 대부분 2013년부터 간선제로 총장을 뽑고 있다.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1년 교육부가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총장 직선제 폐지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총장 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들에 재정적 불이익을 주거나 교수 인원활당제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방식으로 직선제 폐지를 유도했다. 총장 직선제에 따라 학내 교수들 사이에 파벌이 형성되고 금품수수 등 부작용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부산대에서 교육 직선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2011년 직선제로 뽑힌 김기섭 총장이 직선제 유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 대학 교수들은 김 총장이 교육부의 혜택이나 압력이 와도 직선제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번복하려하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그치지 않고 대학 자율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확산되고 있다.
차정인 부산대 교수회 부회장은 18일 “교육부가 초법적 강압을 행사한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우리대학 민주화의 퇴보가 사회 전반적 민주화의 퇴보와 같이 연결되어 있고 이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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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투신 사망한 고모 교수도 유서에서 총장 직선제가 대학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대학 민주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사회의 민주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교수 100여 명은 17일 대학 본관 앞에 모여 대책을 논의한 뒤 “교육부에 대해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을 철회하도록 모든 국립대와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은 18일 고 교수 사망 등 부산대 사태와 관련 성명을 내 "자살이 아니라 현 정권의 잘못된 대학교육 정책이 초래한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도 이날 교육부에 책임을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은 “21세기 대한민국,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교수가 목숨을 걸고 투신하는 현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며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어떤 외압과 갈등이 있었는지 명백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