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이 정보통신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들고 있다.
은행들은 정보통신업체들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이들이 축적해 놓은 고객정보를 활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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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가 지난 7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금융감독원에서 열렸다. |
하지만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해 틈새시장까지 노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은 정보통신업체들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 말 예비인가 신청접수를 받고 10~11월 심사, 12월 예비인가, 내년 상반기 본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 한두 곳을 인터넷 전문은행 1단계 사업자로 선정한다.
KB국민은행은 다음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에 13일 합류했다.
우리은행도 KT, 교보생명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르면 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최대 주주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비은행사업자들만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여신심사나 위험관리 경험이 없어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은행들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려고 한다.
국내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해 정보통신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의 빅데이터를 사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B국민은행도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KB국민은행의 카드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이용하기로 하는 내용을 합의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드는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모델로 가계를 상대로한 소액 신용대출과 중소상인 대상의 신용대출 같은 중금리 대출이 유력하다.
국내 금융권의 가계신용대출 금리는 연 4~5%대의 은행권 저금리와 연 15% 이상인 카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 고금리로 양분돼 있어 10% 전후의 중금리 대출은 찾아보기 힘들다.
곧 인터넷전문은행이 1금융과 2금융권 사이에 낀 1.5금융 정도로 국내 금융시장에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까지 뛰어드는 것은 틈새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드는 것은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려는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시중은행들이 독점하고 있던 은행시장의 과점구도가 깨질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위원회는 비은행사업자를 은행업에 진입시켜 경쟁을 활성화하려고 한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도 지난 6월18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중은행이 은행과 똑같은 모양의 인터넷전문은행 자회사를 만드는 데 대해 설립인가를 내주는 것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본취지에 걸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