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로 헤지펀드시장이 위축되며 증권사들의 프라임브로커리지(PBS)사업도 쪼그라들고 있다.
증권사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을 키우는 데 공을 들여왔는데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로 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의 성장세에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중단으로 직접적 피해뿐 아니라 간접적 피해도 입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헤지펀드를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으면서 증권사들이 벌이고 있는 프라인브로커리지사업 규모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은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신용공여와 증권 대차거래, 자문, 리서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수수료를 얻는 사업이다.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 가운데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당국에 허가를 받으면 이 사업을 벌일 수 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 증권사 6곳이 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프라임브로커리지 수탁고는 라임자산운용이 환매중단을 발표한 10월부터 3개월 사이 4천억 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프라임브로커리지 수탁고 기준으로 1위를 다투던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의 감소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미래에셋대우의 프라임브로커리지 수탁고는 9월 약 8조6800억 원에서 12월 7조63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9월 약 7조2300억 원에서 11월 약 6조8천억 원으로 줄었으나 12월에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라임자산운용과 돈독한 관계를 맺은 결과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역풍을 맞고 있는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은 당분간 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에서 입지를 넓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헤지펀드시장이 위축되면서 증권사들도 이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며 “당분간 헤지펀드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련 사업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공격적 영업을 펼치고 있던 증권사들로선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은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분야로 꼽힌다.
증권사들은 헤지펀드의 가파른 성장세에 발맞춰 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 확대를 위해 인력충원, 조직개편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 설정금액은 2016년 말 12조 원에서 2018년 말 24조 원으로, 2019년 8월 말 기준 35조 원까지 늘어났다. 다만 2019년 하반기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영향을 받아 증가세가 대폭 꺾인 것으로 파악됐다.
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 확대를 위한 준비를 마쳤는데 오히려 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이 위축됨에 따라 새 인력과 조직을 어떻게 활용할지 난감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프라임브로커리지 조직에서 인력의 이동 및 이탈이 이뤄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임원인사를 통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본부장을 새로 선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라임자산운용과 거래를 맡았던 본부장과 부서장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임브로커리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증권사들은 당분간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진행 상황을 살피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계기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안전한 투자상품을 제공하는 증권사를 찾기 위한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