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D램 공급량을 조절해 그동안 부진했던 메모리반도체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낸다.
최근 경기도 화성 공장의 정전이라는 악재도 글로벌기업들의 D램 재고 확보를 재촉하게 해 ‘전화위복’이 된 것으로 보인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9일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 생산기업 등 주요 D램 수요자들이 최근 D램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시장을 50%가까이 차지하고 있는데 당분간 D램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돼 재고를 쌓을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가 2019년 4분기 3% 수준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19년 3분기 30% 초반대로 집계된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축소된 수치다.
이른 시일 안에 D램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도 낮다.
삼성전자가 이미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다 삼성전자와 함께 D램시장을 과점하는 SK하이닉스도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메모리반도체를 감산하겠다는 뜻을 비쳤기 때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업체들은 현재 서버용 D램 및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의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공급 부족이 발생 중인 서버용 D램의 1분기 고정거래가격은 인상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D램 수요 증가에 대응해 1분기에 적극적 공급조절로 가격 상승을 유도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려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렌드포스는 서버용 D램과 그래픽용 D램 가격이 1분기에 각각 최대 5%, 최대 10%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PC용 D램은 적어도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 공장 정전사고도 D램 가격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바라본다.
삼성전자 화성 공장은 2019년 12월31일 인근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생산라인 일부가 정지됐다. 복구까지 2~3일 걸렸고 그동안 수십억 원가량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사고 직후 D램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글로벌 기업들의 D램 확보 움직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뜻하지 않은 악재가 메모리반도체 실적을 개선할 기회로 돌아온 셈이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의 경우 화성 라인 정전이 공급 측면의 영향보다는 심리적 수요 촉발 효과로 1분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트렌드포스는 “업체들은 공급자 주도형 가격 인상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화성 공장의 정전사태는 긴박감을 고조시켰다”고 바라봤다.
다만 D램 가격 회복세는 제품 용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서버용 D램은 글로벌 데이터센터기업(IDC)들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어 앞으로 가장 빠르게 가격이 회복될 제품군으로 꼽힌다. 그래픽용 D램도 고화질 동영상 확대, 게임 콘솔 고사양화 등의 영향으로 가격 전망이 긍정적이다.
반면 PC용 D램 가격은 비교적 늦게 반등할 공산이 크다. 세계 최대 CPU(중앙처리장치) 공급자인 인텔이 아직 CPU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바일용 D램도 주요 수요처인 5G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