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석 삼강엠앤티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흑자전환의 기회를 잡았다.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가 본격 시행돼 선박에 스크러버 설치가 늘어 수리조선소인 자회사 삼강에스앤씨 일감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회장이 삼강엠앤티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그가 품고 있는 수리조선소 육성의 꿈도 본격화할 기반을 다질 수 있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의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로 스크러버 설치를 선택하는 선주사들이 늘고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의 집계 결과 스크러버 설치를 위해 수리조선소에 정박한 선박은 지난해 1월 27척에서 12월 247척까지 늘었다.
클락슨리서치는 2020년 말까지 글로벌 선대의 19%에 해당하는 3800척의 선박이 스크러버를 설치하고 2021년에는 스크러버 설치 선박이 2019년보다 2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수리조선소를 찾는 선박이 늘어난다는 것은 송 회장에게 기분 좋은 소식이다. 삼강엠앤티가 수리조선소 삼강에스앤씨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강에스앤씨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까지 수리가 가능한 크기의 도크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수리조선소다.
기존 대형선박을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으로 개조하기 위한 선박엔진 교체작업의 수요도 있기 때문에 삼강에스앤씨가 보게 될 수혜의 폭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환경규제는 선박연료유의 황산화물 함량 제한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발효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TS) 설치 규제로 이미 건조된 선박들은 2024년까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삼강에스앤씨가 본격적으로 수리사업 수주를 늘릴 환경이 만들어지는 만큼 2020년은 송 회장의 수리조선소 꿈을 향한 기반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삼강엠앤티는 해양플랜트용 후육강관 제조회사로 시작했지만 선박 및 해양플랜트 블록의 제작과 특수선(군함) 건조로 사업 폭을 넓히며 꾸준하게 1천억~2천억 원가량의 매출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
송 회장은 삼강엠앤티의 신사업으로 수리조선소를 선택하고 2017년 STX조선해양의 자회사 고성조선해양을 인수해 삼강에스앤씨로 출범했다.
당시 송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현지에서 수리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국내 선사의 선박을 봤다”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지만 동시에 좋은 사업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는 해양플랜트 건조를 주력사업으로 삼고 부업으로 수리조선업을 내세우는 대형조선사가 있다. 2010년대 들어 한국 조선사들과 글로벌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여러 차례 마주치고 있는 셈코프마린(Sembcorp Marine)이다.
송 회장은 삼강엠앤티를 셈코프마린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조선사로 키워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성조선해양을 인수한 뒤 삼강엠앤티는 2017년 영업손실 210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2018년에는 적자폭이 353억 원으로 커졌다. 자회사 삼강에스앤씨가 2년 연속 적자를 내며 연결실적에서 고전했다.
그러나 환경규제를 앞둔 2019년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박 수리 및 개조(레트로핏)를 위해 삼강에쓰앤씨를 찾는 선박들이 늘어나면서 2019년 들어 3분기까지 쌓은 적자가 38억 원에 그친 반면 누적 매출은 2514억 원으로 2018년 전체 매출보다 74.6% 급증했다.
삼강엠앤티는 매출이 늘며 고정비 부담이 줄어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수주산업의 선순환 흐름에 올라탄 셈이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강에스앤씨를 계열사로 편입한 뒤 삼강엠앤티의 생산능력이 크게 늘었다”며 “앞으로는 수익성 위주의 선별적 수주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