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두 신사업은 내년부터 성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박 회장은 그룹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기까지 버팀목 역할을 할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에 신사업을 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조만간 그룹 지주사 격인 두산이 계열사 두산솔루스에 배터리 핵심소재인 전지박의 생산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자금을 지원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두산솔루스는 2020년 3월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 터터바녀에 연 1만 톤의 전지박 생산공장을 짓고 있는데 공장이 완공되기도 전에 단계적으로 5만 톤까지 생산량을 늘리는 증설계획을 세워뒀다.
일련의 투자를 위해 두산솔루스는 12월 두 차례에 걸쳐 유럽 법인에 733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의했다. 출자금액이 두산솔루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인 374억 원을 웃돌기 때문에 업계는 지주사격 두산이 어떤 식으로든 두산솔루스에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투자자금 지원의 효과는 공장이 완공되면 곧바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미 현지 배터리회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해 두고 진행하는 투자”라며 “선계약물량의 공급을 위해 1만 톤 분량이 완공되면 즉시 생산과 증설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 신사업의 다른 한 축인 두산퓨얼셀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1조 원가량의 연료전지 수주실적을 쌓았다. 연료전지 시스템의 공급계약뿐만 아니라 장기 유지보수계약(LTSA)까지 따내며 기술 경쟁력도 입증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맞물려 성장 전망도 밝다. 때문에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두산퓨얼셀이 2019년 매출 4690억 원을 낸 뒤 2023년 1조 원까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회장은 그룹의 대표적 신사업인 전지박과 연료전지의 성장을 위해 지주사격 두산에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을 인적분할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내년부터 지속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사업의 성과는 박 회장이 두산그룹의 체질 개선을 진행하는 동안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회장은 2019년 두산그룹의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2016년 개점한 뒤 누적 6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낸 두타면세점을 정리했고 두산의 화학공업장치사업을 담당하는 두산메카텍은 내년 2월, 두산건설은 내년 3월 상장폐지된 뒤 두산중공업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다.
박 회장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은 올해 중점을 두고 추진해 왔던 그룹의 디지털 전환에도 내년 더욱 속도를 낸다. 박 회장이 그룹 사상 처음으로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IT·가전전시회 ‘CES 2020’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데서도 그런 방향성이 읽혀진다.
그러나 사업구조 개편이나 디지털 전환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두산건설은 내년 3월까지 관급공사 수주전 참여가 제한돼 있어 내년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체질 개선은 사실상 장기 과제다.
반면 두산그룹이 겪는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두산그룹은 5월 두산이 두산중공업에,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는 연쇄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계열사 두산건설을 돕는 과정에서 재무적 어려움이 그룹 전체로 퍼졌다.
게다가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도 글로벌 발전시장 침체로 3분기 적자를 내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재무난은 가중되고만 있다.
2019년 3분기 기준으로 두산의 연결 부채비율은 341.9%에 이르며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1조6039억 원이다. 2018년 말과 비교하면 부채비율은 37.7%포인트 증가했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34.7% 줄었다.
가뜩이나 과중한 채무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돈 나갈 곳은 많지만 돈 들어오는 곳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제외하면 없는 것이 두산그룹의 현주소다.
박 회장으로서는 내년부터 새롭게 수입원으로 자리잡을 두 신사업의 지속성장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는 2019년 신년사에서 “전지박과 연료전지 등 그룹의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키울 것”이라며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공격적 영업을 펼쳐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