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회 CJENM 대표이사가 2020년에 CJENM 신뢰를 되찾는 데 전력투구가 불가피하다.
허 대표는 CJ그룹에서 ‘해결사’로 활동해왔는데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허 대표를 유임해 엠넷 투표조작 논란을 해결할 기회를 줬다.
▲ 허민회 CJENM 대표이사가 30일 서울시 상암동 CJENM센터에서 열린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조작 기자회견에 참석해 연습생 피해자와 시청자 등에게 사과하고 있다.
허 대표는 늦게나마 오디션 프로그램 순위조작 사태를 수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CJENM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아이즈원'과 '엑스원' 이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31일 아이즈원 팬카페와 엑스원 팬카페 등을 살펴보면 각 아이돌그룹 팬들은 허 대표가 순위조작을 직접 사과하고 활동 재개를 언급한 데 한껏 기대가 부풀었다. 올해를 넘기지 않고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점이 효과를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허 대표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엠넷의 ‘프로듀스’ 시리즈 시청자들은 “오디션 피해자에게 보상할 방안이 부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허 대표가 30일 사과문을 발표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용수 CJENM 경영지원실장과 신윤용 CJENM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피해 보상방안을 협의를 진행 중이다”, “빠른 시일 안에 대책을 말씀드리겠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추후에 결정하겠다” 등 불확실한 답변만 내놨다.
CJENM이 아이즈원과 엑스원에서 발생하는 수익 가운데 CJENM의 몫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두 아이돌 그룹이 앞으로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허 대표는 CJ그룹에서 해결사로 활동해왔다. 그는 2013년 이 회장이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되자 지주회사인 CJ에서 경영총괄을 맡아 이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태가 커지는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대표는 ‘프로듀스X101’ 투표조작 의혹이 불거진 지 5개월이 지나서야 움직였다. 사태 수습이 늦어진 데는 허 대표가 아이돌산업을 이해하는 정도가 낮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허 대표는 콘텐츠보다는 재무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허 대표는 2018년 7월 CJENM 대표이사를 맡기 전까지 CJ오쇼핑을 이끌었다.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네트웍스, CJ푸드빌 등을 거쳤는데 허 대표가 과거 일한 계열사들이 상대하는 소비자들은 CJENM 소비자들과 성격이 다르다.
CJENM의 아이돌그룹을 향한 팬들의 충성도는 높다. 팬들은 결속력도 강하다. 아이즈원 팬들은 아이즈원이 다시 활동하기를 기다리면서 활동을 멈춘 기간을 하루하루 세어왔을 정도다.
허 대표가 아이돌 팬들의 이런 특성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빠른 대처를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이재현 회장이 허 대표에게 계속해서 믿음을 보낸 만큼 허 대표는 엠넷 투표조작 논란을 해결해 CJENM의 체면을 다시 세우고 앞으로 성과로 보답하는 과제를 안았다.
CJENM은 3분기에 음악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CJENM은 “‘프로듀스101재팬’과 ‘빌리프랩’, ‘투비월드클래스’ 등 신규 지식재산을 기획 및 개발하고 사전적으로 제작을 한 영향으로 영업손실을 냈다”고 설명했다.
프로듀스101재팬과 블리프랩, 투비월드클래스는 모두 아이돌그룹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다.
CJENM은 앞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4분기에는 아티스트들이 활동을 확대하며 실적이 뛸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투표조작 논란으로 음반 발매와 공연 등 활동을 모두 중단했다.
허 대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절실해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