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2020년 4월 총선을 통해 다시 정계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손잡을까?
31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안 전 대표는 2020년 총선 전에 정치권에 복귀해 거대 양당과 맞설 '제3지대' 정치세력을 모아 다음 대선주자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손 대표와 협력하는 문제를 놓고는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손학규 현 대표.
안 전 대표로서는 바른미래당에 복귀한 뒤 흩어진 제3지대 세력을 통합해 준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는 내년 총선에서 최대한 많은 지지층을 끌어 모아 거대 양당의 대안세력으로서 가능성을 증명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정계복귀 수순으로 꼽힌다.
다만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현재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안 전 공동대표를 필두로 한 이른바 '안철수계' 사이에 주도권 다툼의 여지가 많아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미 두 세력 사이 갈등은 표면화하고 있다.
손 대표는 언론을 통해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대표직도 사퇴할 수 있다”며 안 전 대표가 복귀하면 당의 주도권을 내 주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얼마 뒤 손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안 전 대표 측에서) ‘손학규 나가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해라’라고 하면 안 전 대표는 누가 챙겨주냐”며 태도를 바꿨다. 그는 “안 전 대표 쪽에서 먼저 복귀의 길을 열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 전 대표 측은 “손 대표가 정치적 입지를 위해 진흙탕질을 시도하며 말을 바꾸고 궁색한 변명을 이어간다”며 비판하고 있다.
비록 갈등의 불씨는 있지만 협상을 통해 양 측이 서로 한발 물러나 원만하게 당 재건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바른미래당의 규모는 바른정당계의 이탈로 축소됐는데 안철수계까지 떠나면 정치세력으로서 영향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위해서도 안 전 대표가 주도적 역할을 맡는 게 바른미래당에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전 대표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6%)는 바른미래당의 지지율과 같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여론조사는 한국갤럽 자체 조사로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에서는 선호도 1위로 나타나 향후 제3지대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됐을 때 외연을 확장할 잠재력이 높을 인물로 손꼽힌다.
준연동형 비례제의 도입도 안 전 대표 같은 당의 간판급 정치인의 중요도를 더 높이는 요인이다. 정당득표에 따른 의석 수 배분이 지난 총선 때보다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표로 있던 2016년 19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정당득표 수는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많았다. 지역구 의석도 예상보다 많이 얻어 제3지대 중도세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안 전 대표는 여전히 팬이 상당히 많다”며 “(준)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한 선거제도에서 팬층이 확실한 (안 전 대표와 같은) 정치인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안 전 대표 형편에서도 바른미래당을 나와 신당을 만들어 제3지대 세력을 통합하는 것보다는 바른미래당에서 일을 도모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안철수계 의원들이 대부분 비례대표 초선이라 탈당하는 순간 의원직을 잃게 되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일각에서 안 전 대표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손잡고 새로운보수당 쪽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기존 정치세력과 차별화한 ‘중도개혁’이미지를 내세운 안 전 대표가 보수의 선명성을 추구하는 유 전 대표와 노선이 다르다는 시각이 좀 더 우세하다.
안 전 대표가 새로운보수당에 참여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안 전 대표가 새로운보수당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적도 없고 그럴 여건도 아니다”라며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다만 안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가지만 정작 안 전 대표 본인은 아무런 직접적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말을 아끼며 정계복귀의 방법과 시점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