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그룹 인사에서 파격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두면서도 ‘비상경영’에 들어간 CJ그룹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소폭의 인적 쇄신인사를 실시하면서도 그룹의 주축 계열사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교체를 실시하면서 그룹 안팎에 체질 개선 의지를 확고히 했다.
30일 CJ그룹 정기 임원인사 명단에 따르면 CJ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가운데 교체된 CEO는 CJ제일제당과 CJ올리브네트웍스 등 2곳 뿐에 그쳤다.
인사를 2달여 동안 미룰 만큼 대규모 인적쇄신 여부를 놓고 이 회장이 고민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교체폭이 크지 않았다.
임원 승진규모도 58명으로 지난해 승진 규모(70여 명)와 비교하면 수가 줄긴 했지만 최근 그룹 전반의 실적 부진을 감안해 10명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기존 예상보다는 폭이 컸다.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이사와
최진희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이사, 윤도선 CJ대한통운 SCM부문장을 각각 부사장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실적이 좋았던 계열사에 칭찬을 잊지 않은 셈이다.
반면 CJ그룹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을 CJ기술원장으로 옮기도록 해 경영전면에서 한발 물러나게 하면서 ‘실적주의’ 인사라는 상징성을 확보했다.
오디션 조작 논란 등 사건·사고로 시끄러웠던 CJENM 등 계열사 등에는 별다른 문책성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8년 오쇼핑부문과 E&M부문을 통합한 뒤 전반적으로 고르게 사업이 안정화 궤도에 오른 만큼 다시 한 번
허민회 CJENM 대표이사 겸 E&M부문 대표와
허민호 CJENM 오쇼핑부문 대표이사에게 신뢰를 보낸 모양새다.
지난해 삼성그룹 출신인
박근희 CJ 대표이사 부회장 겸 CJ대한통운 대표이사 등을 중용하는 등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넣기 위한 변화도 올해 인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CJ그룹이 ‘비상경영’을 선포한 만큼 대규모 인적쇄신 카드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두면서도 그룹에 ‘실적 우선’이라는 신호를 보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앞으로 남은 ‘내실 다지기’ 과제는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 손에 맡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로 중책을 맡은 인사들은 조직 전반의 군살을 빼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 및 후속인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주사인 CJ에서 일하던 인력 상당수를 계열사로 재배치하면서 계열사 임원 및 직원들의 수가 늘어나고 업무가 중복되고 있는 만큼 이번 임원인사를 시작으로 따른 후속 업무재배치는 피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