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이 계열사 사이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야 하는 묵은 과제를 계속 안은 채 2020년을 맞게 됐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농심은 내년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올라 일감 몰아주기 등과 관련해 공정위의 직접적 규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농심그룹은 농심홀딩스, 농심, 율촌화학 등 3개의 상장사와 메가마트, 태경농산, 엔디에스, 농심미분 등을 포함한 15개의 비상장 계열사, 15개의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농심은 2019년 9월 말 기준 자산총계가 2조7077억 원에 이른다. 농심홀딩스는 1조2409억 원, 율촌화학은 6285억 원이다. 상장사 3곳의 자산만 합쳐도 4조5771억 원이다.
여기에 비상장계열사들의 자산을 더하면 농심그룹 자산총액은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이 유력하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오르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및 신고의무를 지고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등 부분에서 규제를 받는다.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는 한 해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을 넘거나 평균(3년) 12% 이상의 매출을 내부거래에서 올렸다면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신 부회장은 공정위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메가마트는
신춘호 농심홀딩스 회장의 셋째 아들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지분 56.14%를 보유하고 있다. 농심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되면 메가마트는 공정위의 규제대상 기업이 되는 것이다.
농심미분 역시 신동익 부회장의 지분율이 60%에 이른다.
여기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농심의 내부거래 해소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신춘호 농심홀딩스 회장과 신 회장의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각각 지분 13.50%, 13.93%를 보유하고 있는 율촌화학 등도 규제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9년 8월 내부거래 규제 대상의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내놨다.
농심그룹 각 계열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율촌화학, 태경농산, 농심미분, 엔디에스, 농심엔지니어링, 호텔농심 등 6곳의 내부거래 매출비중이 20%를 넘었다.
태경농산은 2018년 매출의 57%, 엔디에스는 38.3%, 율촌화학은 37.2%, 농심미분은 36.6%, 농심엔지니어링은 33.4%, 호텔농심은 28.1%를 그룹 계열사들과 거래에서 거뒀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유리한 조건의 계약 진행 등 내부거래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전혀 없다”면서도 “사회적 시각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을 확인하고 외부매출 확대에 힘쓰는 등 내부거래 축소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마다 5월 직전 사업연도 대차대조표상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 10조 원 미만인 기업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발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