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사장은 황 회장이 그린 KT의 발전 로드맵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5G시대 KT 전략의 방점을 '플랫폼사업'에 찍고 단순한 통신기업이 아닌 플랫폼사업자로 바꾸는 데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스피커였던 ‘기가지니’를 인공지능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5G통신을 활용한 다양한 B2B(기업 대 기업) 플랫폼사업을 확대했다.
구 사장은 KT에서 전략 전문가로 꼽히는데 황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줄곧 가까이서 황 회장을 보좌하면서 5G통신 전략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왔다.
구 사장은 황 회장이 KT 대표이사로 일을 시작한 직후인 2014년 KT 비서실장 및 전략담당 전무로 발령이 났다. 2018년 KT가 커스터머미디어부문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할 때 이 부문의 부문장을 맡기도 했다. 구 사장이 황 회장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황 회장이 의욕을 보이며 추진하는 신사업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는 반드시 구 사장이 있었다. 구 사장은 단순히 기자간담회에 배석하는 것을 넘어 직접 사업을 설명하기도 했다.
KT 이사회는 내부출신이 다음 대표이사를 맡아야 한다는 KT 내부의 기류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KT 경영진 사이에서 내부에서 회장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실제로 이번 CEO 면접에 참가한 9명의 후보 가운데 8명이 전·현직 KT 임원이기도 하다. 구 사장이 대표이사가 되면 11년 만에 등장하는 내부출신 CEO가 된다.
구 사장의 나이가 젊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세대교체’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5G통신시대에 통신사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계속 쫓아가며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구 사장은 1964년 태어나 올해 56세다. 황 회장은 1953년 출생인데 무려 11세나 어리다. 구 사장과 함께 유력 후보로 언급되던 이동면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58세),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60세),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66세) 가운데 가장 젊다.
다만 황 회장의 ‘복심’이라는 점에서 KT의 기업문화를 본질적으로 바꿔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이 황 회장이 연루돼있는 KT 경영고문 불법위촉사건과 관련해 9월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는 등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구 사장은 황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수사 대상에 올라있기도 하다.
KT 이사회가 ‘임기 중에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을 구 사장에게 요구한 것은 구 사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졌을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KT 이사회는 27일 구 사장을 다음 대표이사 후보로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구 사장은 2020년 3월 열리는 KT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KT의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