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을 둘러싸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남매 사이의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자녀들에게 다투지 말고 한진그룹을 잘 이끌라는 취지의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 해석을 달리하면서 남매 사이 다툼이 커지고 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한진그룹은 민감한 사항인 만큼 선대 회장의 유훈을 둔 논란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과 관련해서는 2019년 4월에 있었던 공항에서
조원태 회장이 한 인터뷰가 전부”라며 “그 외에 공식적으로 답변드릴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2019년 4월12일
조양호 전 회장을 운구하는 항공기를 통해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족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고 하셨다”고 답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가족경영’과 관련한
조양호 전 회장의 유지가 있었다는 내용을 23일 입장문에 담아 발표했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에서 “선친인
조양호 전 회장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는 등 공동경영의 유지를 전했다”며 “임종 직전에도 세 명의 형제가 함께 잘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입장문에 나타난 이 '공동경영'의 의미를 더 명확히 했다.
이 법률대리인은 “
조양호 전 회장이 남매가 같이 협력해서 경영하라고 말씀하신 내용에는 당연히 경영참여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누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는 협의해서 정해야 할 문제로 보았다”고 말했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은 가족들이 협력해서 운영하라고 말했던
조양호 전 회장의 발언을 근거로 가족들 모두가 임원으로서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 회장은 남매들이 협력하고 다툼 없이 이끌어가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가족들과 경영을 상의하는 정도의 참여를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사이의 다툼은 이처럼 아버지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의 해석문제가 핵심이다.
그러나 조 회장 측은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들고 나온 조 전 부사장을 겨냥해 "회사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절차에 의거해 행사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반박하기도 한다.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둘러싼 남매의 경영권 갈등이 봉건주의시대처럼 비쳐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