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벌어진 선거법 개정안 관련 ‘필리버스터’에서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반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찬성 발언을 4시간씩 진행했다.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가리킨다.
▲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
주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23일 오후 9시49분 필리버스터 첫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뒤 24일 오전 1시48분까지 3시간59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진행했다.
그는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의당이 의석 수를 어떻게든 늘려보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천하에 없는 제도를 만들었다”며 “더불어민주당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통과를 위해 둘을 맞바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한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날을 세웠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외에 예산안 처리, 대북정책, 탈북자 송환, 부동산정책, 탈원전 등을 놓고도 공세를 펼쳤다.
다음 주자로 김 의원이 나선다는 메모를 받자 주 의원은 “찬성 토론을 필리버스터하는 사례가 어디 있는가”라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주 의원의 뒤를 이어 오전 1시50분 단상에 오른 뒤 6시22분까지 4시간31분 동안 선거법 개정을 찬성하는 내용의 무제한 토론을 진행했다.
필리버스터는 보통 다수를 차지한 정당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일을 막기 위해 소수정당에서 진행한다. 이를 고려하면 집권여당인 민주당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평가된다.
김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의 표결을 앞두고 무제한 토론 기회가 주어졌다”며 “우리가 고민한 방향과 나아갔거나 나아가지 못한 지점, 이 지점을 왜 못 갔고 어떻게 하면 더욱 나아갈 수 있는지 같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론 발언시간의 대부분을 ‘4+1협의체’에서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썼다. 4+1협의체는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에 대안신당을 더해 선거법 개정안 합의안을 이끌어낸 협의체를 말한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유일한 권력은 과반수이며 여야 교섭단체 합의는 국회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한국당 의원들은 이런 의미를 제대로 파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언론은 ‘4+1협의체’ 대신 ‘과반수연합’이라고 보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이 회기 결정 안건의 필리버스터를 불허한 데 한국당 의원들이 반발한 점을 놓고도 김 의원은 “회기 끝까지 무제한 토론을 허용하는 필리버스터의 취지를 고려하면 회기 결정 안건을 무제한 토론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김 의원은 “이번 선거제 개정안으로는 양질의 대표활동을 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욕심을 채울 수 없다”며 “한국당 의원과 다시 논의해 선거제를 제대로 개편하자”고 말했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김 의원의 뒤를 이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그 뒤에는 최인호 민주당 의원, 지상욱 미래당 의원, 전희경 한국당 의원 등이 필리버스터에 나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