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미약품은 차입금 부담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신약 개발에 더욱 박차를 넣을 것이라고 일축한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 가운데 한미약품의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임 회장이 이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의 순차입금 규모는 2019년 9월 말 기준 7534억 원으로 연결기준 순차입금의존도는 39%에 이른다.
경쟁사인 유한양행의 차입금 의존도가 4%에 불과하고 GC녹십자나 종근당 등 국내 주요 제약회사들의 차입금 의존도가 대부분 10~20%에 그친다는 점과 비교하면 한미약품의 차입금 부담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는 가벼운 문제가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재무구조가 악화됐던 것은 기대했던 만큼 신약 개발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신약 개발을 통해 기술수출 성과를 내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17년 이후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기술반환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한 해에 약 2천억 원을 쏟아 부어야 하는 연구개발비 부담이 커졌다.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 1544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3분기 누적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국내 10대 제약사 가운데 연구개발비 규모나 매출 대비 비중 모두 한미약품이 가장 높다.
임 회장은 ‘2021년 혁신신약을 상용화한 뒤 매년 1~2개의 혁신신약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연구개발에서 속도를 내도록 독려하고 있다. 세계적 독감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해 기술수출한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를 한미약품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차입금 부담이 지속되면 임 회장의 신약 연구개발 계획은 지속가능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기술수출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위험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계약금 수취와 별도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와 제품화 이후의 판매수수료도 기대할 수 있어 신약개발의 주요 전략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한미약품은 기술수출계약 권리반환으로 연구개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임 회장이 우선 연구개발비를 당분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지 주목한다.
한미약품은 이미 올해 6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맺은 계약을 수정해 연구비 상한액을 약 1971억 원에서 1314억 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와 공동으로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3상 5개를 진행하고 있다.
설비투자(CAPEX) 계획을 변경할 가능성도 바라본다.
한미약품은 바이오2공장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2016년부터 연간 2천억 원이 넘는 설비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9월 기준 한미약품이 매도할 수 있는 금융자산과 투자부동산은 전무하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연구개발비를 줄이는 방안이나 설비투자 축소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차입금 부담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현재 30여 개에 이르는 신약 후보물질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 성과를 토대로 차입 비중을 줄여나갈 것”이라며 “차입금 해소를 위해 연구개발비를 줄이거나 설비투자 계획을 변경할 가능성은 현재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