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안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계약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지주회사인 HDC 등이 참여하는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유상증자의 구체적 방식, 시기, 참여주체 등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에 따라 범현대가의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범현대가와 시너지가 기대되는 만큼 유상증자 단계부터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현대가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향후 항공산업에서 협업의 강도를 예상해볼 수 있는 강력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범현대가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2세와 정 창업주 형제들의 2세, 혹은 그들의 자녀인 3세가 이끄는 기업을 통칭하는 말로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HDC그룹, 한라그룹, 현대그룹 등이 속한다.
국내 주요산업에 대부분 발을 걸치고 있는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한다면 면세점과 기내식, 항공유, 항공기 보험, 물류 등은 물론 대북 관광사업까지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과거 경영스타일을 볼 때 아시아나항공 경영 과정에서 범현대가와 시너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지속해서 나왔다.
정몽규 회장은 과거 사업을 확장할 때 범현대가에 국한하지 않고 삼성그룹, 미래에셋그룹, 한화그룹 등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대기업집단과 과감히 손잡는 추진력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범현대 특정 계열사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향한 단순 기대감이 실제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범현대가에서 과거 몇몇 기업집단은 경영권 분리, 인수합병 등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었으나 현재는 대체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임원으로부터 사석에서 이제 한 식구가 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분 투자 여부까지는 알 수 없지만 회사 차원에서 우호적 관계로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범현대가 계열사 임직원이 출장용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적극적으로 이용만 해도 실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분기 기준 범현대가 계열사에서는 20여만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금은 HDC가 지분 32.99%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현대그룹에서 분리되기 전인 1998년에는 당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이 지분 31.0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개인 중에는 당시 현대그룹 회장을 맡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분 9.89%를 보유해 지배력이 가장 높았다.
HDC그룹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관련해 최근 공시 이외에 아직 알려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1일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사항이 확정된 것은 없다”며 “앞으로 구체적으로 결정되는 사항이 있으면 재공시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