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인사가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주요 임원이 구속되는 악재까지 터진 데다 글로벌 전략회의와 휴가 등 내부 일정까지 겹쳐 인사가 2020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11월까지만 해도 12월 초 인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총수 재판이 이어지고 주요 임원이 구속되는 등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터라 핵심 경영진의 인사안을 짜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이르면 2월 중에 이뤄진다.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삼성전자는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임원인사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작은 가능성도 차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인사라는 민감한 카드를 굳이 미리 빼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현 경영진 가운데 일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수도 있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삼성전자 고위임원이 노조와해 혐의로 구속된 상황도 인사가 미뤄질 가능성을 더해준다.
당분간 자숙하고 법원 판결에 따른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사를 시행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구속된 임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문책성 인사를 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앞서 17일
이상훈 의장,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현직 임원들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삼성전자는 재판 다음날인 18일 곧바로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으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가 큰 위기상황에 처한 만큼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서도 인사를 상당기간 눚출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외부적 위험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영쇄신의 명목만으로 인사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내부적으로 임직원 사기를 결집해야 하는 시기”라고 바라봤다.
재판 등 외부적 요인과 별개로 삼성전자 내부 일정상 임원인사가 해를 넘기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문마다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있다. 전략회의는 20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전략회의가 끝나고 12월 넷째 주부터 연말까지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대부분 휴가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전략회의가 끝난 뒤 바로 휴가가 시작돼 사실상 삼성전자가 텅 빈다”며 “올해 안에 인사를 내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