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0년에도 ‘유통혁신’을 흔들림 없이 이어간다.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첫 분기 영업손실을 내고 대표까지 외부에서 영입할 정도로 올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 부회장은 내년에도 혁신적 아이템을 들고 '유통실험'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정 부회장이 강조했던 ‘중간은 없다’는 기조를 중심으로 내년에도 새로운 콘텐츠를 들고 차별화를 추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앞으로 유통산업에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고 말했는데 내년에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내놓을 혁신적 아이템은 내년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형 히어로물 ‘일렉트로맨’이 꼽힌다.
이마트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마트 대표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활용한 특별한 미디어커머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이미 이마트의 최저가 전략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에서 일렉트로맨 자체브랜드(PB)상품을 저렴하게 내놓고 있는데 일렉트로맨 영화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 상품군을 더욱 넓힐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계에서 ‘트랜드세터’로 평가받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을 잡아내 사업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이마트가 올해 추진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에서 대표적으로 와인을 포함한 것도 정 부회장의 새로운 시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올해 오프라인매장에서 생필품을 중심으로 최저가 경쟁을 펼쳤는데 특히 와인을 최저가상품에 포함하면서 집객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사업에서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피코크는 이미 이마트의 차별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피코크는 가정간편식을 중심으로 한 이마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올해 피코크는 식품 트랜드인 마라탕 등의 제품을 발 빠르게 내놓으면서 출시한 지 13일 만에 국 상품군에서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외식 브랜드인 '노브랜드 버거'도 대표적 초저가전략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2018년 버거 플래닛을 시작해 1년여 동안 테스트운영을 한 뒤에 과감히 저렴한 햄버거로 바꿨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유통실험을 이어가면서도 다른 사업부문에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체험형 콘텐츠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조선호텔도 다른 호텔회사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한 비즈니스호텔을 강화할 때 오히려 고급호텔 이미지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내년에 해운대와 제주도 등 5개 호텔을 추가로 운영하는 데 모두 4성, 5성급의 고급호텔이다.
정 부회장의 야심작인 '스타필드'도 확대기조를 유지한다. 스타필드는 쇼핑몰에 체험형 콘텐츠를 40%까지 늘린 복합쇼핑몰이다.
이마트는 올해 세일앤리스백(자산 매각 후 재임대)를 통해 재무적 체력을 보충했지만 안성, 수원, 마곡, 창원, 청라 등에 5년 동안 1조9천억 원을 쏟아붓는 스타필드 투자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정 부회장은 내년에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이어가면서도 새로 수혈한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와 함께 기존보다 더욱 빠르게 사업성과 수익성에 대한 평가를 내릴 것으로 점쳐진다.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전문점사업이지만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부츠’ 등을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삐에로쇼핑 등도 수익성이 낮은 점포는 폐점하기로 한 것이 그 사례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2020년에도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며 “전문점사업도 수익성을 중심으로 출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