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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34층 장악한 신영자, 왜 신동주 돕고 있나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5-08-03 17: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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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호텔 34층 장악한 신영자, 왜 신동주 돕고 있나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9월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센터 하노이' 개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이번 롯데그룹 ‘형제의 난’ 과정에서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롯데그룹 내부의 신동빈 회장 측근들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거처와 집무실로 쓰는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신영자 이사장이 완전히 장악하고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 등을 언론에 제공하는 등 사태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이사장을 겨냥해 형제의 난을 통해 롯데그룹을 쪼개 한몫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이런 공격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 롯데호텔 34층을 장악한 신영자

3일 재계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이번 형제의 난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과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신 총괄회장의 뜻을 외부에 알리는 것을 주도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지난달 15일 롯데호텔 34층으로 롯데그룹 전현직 대표들을 차례로 불러 신 총괄회장의 뜻을 전달하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체제의 구축을 위해 협조를 요구하는 등 ‘반 신동빈’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간 신영자 이사장은 현재 누구의 편도 아닌 중립”이라며 “단지 아버지가 걱정돼 따라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는 신 이사장을 보호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의 한 인사는 “중립이면 신 전 부회장이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되는 데 이야기를 했다”며 “신 이사장이 롯데호텔 34층을 점령한 뒤로 온갖 소문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 이사장이 보유한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롯데제과의 경우 신 이사장 지분은 2.52%에 이른다. 신 전 부회장의 지분 3.95%와 합치면 신 회장 지분(5.34%)을 넘어설 수 있다.

롯데쇼핑의 경우도 신 이사장의 지분은 0.74%에 그치지만 신 전 부회장(13.45%)의 손을 들어줄 경우 신 회장(13.46%)에 충분히 대항할 수 있다.

신 이사장은 그동안 서울 한남동 자택과 소공동 롯데빌딩 사무실에 출퇴근하며 롯데그룹의 주요 사업에 변함없는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 3월 신동빈 회장과 함께 롯데월드타워 100층 행사에 참석했다.

신 이사장의 차녀인 장윤선씨도 지난 4월부터 호텔롯데 해외사업개발담당 상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 상무가 신 이사장의 롯데장학복지재단 사회복지사업에만 참여해 오다 호텔롯데로 이동한 것을 놓고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 안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 신영자는 무엇을 노리나

신 이사장이 그동안 ‘신동빈 체제’에서 조용히 지내다 이번 형제의 난에서 전면에 등장한 것은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 소외된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 이사장은 2012년 신 회장이 한국롯데 경영을 맡게 되면서 롯데그룹의 주요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신 이사장은 그전까지만 해도 수십 년 동안 신 총괄회장이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업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이 때문에 신 이사장이 신동빈 독주체제가 형성되는 데 불만을 품어 왔을 가능성이 있다.

  롯데호텔 34층 장악한 신영자, 왜 신동주 돕고 있나  
▲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이사장은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1979년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호텔롯데의 성장을 이끌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쇼핑 사장을 맡아 면세점사업을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

신 회장은 당시 신 이사장에게 임원진들이 비공식 보고를 잇따라 하는 행태에 대해 임원들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신 이사장은 2008년 신 총괄회장에게 억울함을 토로해 사내 등기임원으로 롯데쇼핑에 재입성한 적도 있다.

신 이사장이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 더 이상 역할을 확대하기 어렵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권력을 잡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상대적으로 한국사업에 어두운 만큼 신 이사장을 경영적 파트너로 삼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신 이사장은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쫓겨난 뒤 신 총괄회장에게 읍소를 하는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반 신동빈 회장 전선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 이사장의 어머니인 노순화씨는 신 총괄회장이 18세 때 결혼한 첫 번째 부인이다. 신 총괄회장은 신 이사장이 태어날 당시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노씨는 신 이사장을 혼자 키워냈다.

그러나 노씨는 29세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신 이사장은 10세 때부터 한국에서 고아처럼 지내야 했다. 이 때문에 신 총괄회장은 신 이사장에 대해 애틋한 마음을 품고 신 이사장을 특별히 아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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