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산건설 ‘흡수합병’ 카드도 꺼내들까?
13일 증권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이미 지배력이 공고한 상황에서 두산건설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하면서 두 회사의 흡수합병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분 100%를 확보해 두산건설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이유로 ‘경영 및 의사결정의 신속성 확보’와 ‘동종사업간 시너지 극대화를 통한 영업경쟁력 강화’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미 지분 88.9%를 보유해 두산건설을 향한 지배력을 완벽히 쥔 상황에서 추가 지분 확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두산건설을 흡수합병하려고 하면 얘기가 다르다.
모회사가 지분 100%를 확보해 계열사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면 흡수합병 때 추가 요건 없이 자연스럽게 ‘적격합병’ 요건을 갖추게 되는데 이에 따라 합병 과정에서 세금납부 연기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완전자회사를 흡수합병하면 합병 뒤 회계처리 등 후속처리 과정도 일반 자회사와 합칠 때보다 훨씬 수월해진다.
박 회장은 10월 두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두산을 3개 법인으로 나눠 재상장하고 11월 두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두산메카텍 지분을 두산중공업에 현물출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최근 들어 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건설은 2008년 이후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두산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면서 두산그룹 전체 재무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두산건설이 그룹사의 지원 속에서 확충한 자본규모는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중공업은 2008년만 해도 두산건설 지분율이 39.8%에 그쳤다. 하지만 지속해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현재 지분율이 89.9%까지 늘어났다.
두산건설은 올해도 두산중공업의 지원을 받아 31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계열사 지원 부담에 따른 여파로 두산의 신용등급이 하향되기도 했다.
박 회장이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안정성 강화를 위해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흡수합병을 결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물론 박 회장이 상황에 따라 두산건설을 지속해서 자회사로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두산건설은 박 회장이 애정을 지닌 대표 계열사인 동시에 ‘계륵’ 같은 존재로 평가된다.
박정원 회장은 애초 두산건설을 이끌며 두산그룹에서 역할을 확대했고 2016년 두산그룹 회장에 오른 뒤에도 여전히 두산건설 회장을 맡고 있다.
두산건설은 이번 두산중공업의 완전 자회사 편입 결정으로 1974년 증권시장에 상장된 지 45년 만에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하지만 두산중공업과 합병이 결정되면 1960년 설립된 두산건설 자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두산건설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잔여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신주 888만9천 주를 액면가 5천 원에 발행하는데 이에 따라 444억4600억 원의 자본을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두산중공업이 최근 두산으로부터 두산메카텍 지분을 받기로 한 것을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메카텍 지분을 받는 과정에서 신주 4410만 주를 1주당 5401원에 발행해 2382억 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데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 순손실을 내며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졌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건설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신주 발행에 따라 자기자본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완전자회사 편입 이후 흡수합병 등 두산건설의 처리방안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