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그룹 계열사인 대호개발은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 규모를 기존 5.06%에서 6.28%로 1.22% 포인트 늘렸다고 6일 공시했다.
2019년 12월 현재 한진칼의 주요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조 회장 일가가 28.94%를 쥐고 있고 KCGI가 15.98%, 델타항공이 10.0%, 반도건설이 6.28%를 들고 있다.
반도그룹은 경영권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추가적 지분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조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그룹 관계자는 “한진칼에 지분을 늘린 것은 단순히 투자를 위해 이뤄진 것일 뿐이다”며 “추가적으로 지분을 늘릴 계획을 세워 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변동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그룹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154조’ 규정에서 정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첨부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154조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두고 임원의 선임이나 해임, 이사회와 관련된 정관 변경 등 회사나 그 임원을 향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주주총회에서 임원의 선임에 관해 어떤 결정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이를 두고 법조계의 해석은 다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154조의 취지는 주주로서 새로운 안건으로 임원의 선임이나 해임 등을 제안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의결권 자체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2020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한진칼 등기이사 연임과 관련한 안건에 반도그룹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는 이런 법률적 상황 때문에 반도그룹이 2020년 3월 주주총회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고 본다.
조 회장은 반도건설의 지분 확대가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지장이 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조 회장은 최근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그룹과 관련해서는 만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경영권 방어를 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회장은 “2019년 3월 주주총회에서 KCGI의 견제를 한번 겪어봤기 때문에 앞으로 좀더 쉽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항공업계 일각에서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과 조양호 전 회장이 가까운 사이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활약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선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나 사실은 많지 않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그룹은 2001년 한진그룹이 낙찰 받은 부산신항 북컨테이너 터미널 배후단지 3공구 조성공사에 참여한 적이 있고 종합물류기업 한진의 크고 작은 건설사업을 담당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조양호 전 회장과 권 회장의 사적 만남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양호 전 회장이 대한체육회 부회장과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을 맡으면서 체육계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는데 권홍사 회장도 대한체육회 이사를 맡아 체육발전에 많은 공로를 쌓아온 만큼 체육활동을 통한 접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하지만 한진칼은 조양호 전 회장과 권홍사 회장 사이에 특별한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한진칼 관계자는 “권홍사 회장은 조양호 전 회장과 골프회동을 하던 인물도 아니고 자주 만나던 사이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항공업계에서는 반도그룹이 앞으로도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면서 KCGI와 손을 잡을 가능성에 조 회장이 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그룹이 꾸준히 한진칼 보유지분을 늘리고 있고 아직 공시되지 않은 지분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반도그룹이 KCGI와 손을 잡으면 22.26%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 회장은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