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1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뒤 강화한 서울시의 분양가 승인으로 서울 새 아파트의 분양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호반건설은 ‘송파 호반써밋 1·2차’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구의 분양가심사위원회로부터 제출한 분양가보다 대폭 낮춰진 분양가 조정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눈치를 보는 지자체의 분양가 규제로 서울 외에도 수도권의 새 아파트 분양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조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분양 보증을 받았는데도 지자체가 이렇게 옥상옥 규제를 하는 것은 향후 수도권 아파트의 공급부족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구체적 분양가는 자치구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정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분양가 등 부동산정책과 관련해서는 전체적 큰 그림을 서울시와 조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분양가를 엄격하게 들여다 보는 것외에도 재건축과 재개발 인·허가 등 시장 권한으로 쓸 수 있는 부동산 규제대책으로 서울 아파트가격의 상승을 억누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 시장의 부동산 규제대책은 서울 아파트 거래량 감소로 일정부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의 거래량은 2989건으로 나타났다. 1월 1719건과 2월 1455건에 이어 올해 3번째로 낮은 거래량으로 10월(9831건)보다 69.5% 급감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조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8년 12월보다 1.82% 올랐다. 단독주택 가격은 이보다 큰 상승세를 보여 3.3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아파트 매도호가가 오르거나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이 기존보다 높은 부동산 거래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서울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부동산의 가격이 올랐던 과거 사례로부터 학습했기 때문인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경험한 시장 참여자들이 학습효과를 통해 부동산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라며 “물가 잡기를 선행하지 않으면서 부동산대책만을 내놓는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큰 흐름에 근본적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 영향으로 서울에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시장가를 밑돌았지만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분양가가 시장가를 이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만든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가격을 막는 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서울의 집값 상승 억제에 실패했다는 외신의 진단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3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한국의 성장을 짓누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의 원인은 수출 부진보다 건설부문의 약세가 크다”면서도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강남 등 부유한 특정지역의 아파트 가격 급등세를 멈추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저금리에 따른 유동자금이 상업·업무용 부동산 등 서울의 수익형 부동산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도 관측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가격이 오름세인 가운데 서울 전체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478건으로 2018년 10월(362건)보다 32% 늘었다. 거래금액은 1조2790억 원으로 2018년 10월(8151억 원)보다 56.9% 증가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3분기 서울 오피스 매매지수는 347.8포인트로 2018년 3분기보다 1.4% 올랐다"며 "입지가 좋은 서울과 수도권 상가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져 매물이 나오는 대로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