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청주시장이 시민단체와 공무원 등으로 구성한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공원 일몰제에 따른 갈등을 매듭짓고 공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사유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 동안 공원 조성사업을 시행하지 않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공원·녹지·도로)을 해제해 도시계획시설 토지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를 허용하는 제도다.
충북 청주에서는 공원 일몰제에 따라 2020년 7월1일부터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공원의 개발을 놓고 보존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재산권 행사에 나서려는 공원 부지 소유주들이 갈등을 빚어왔다.
8일 청주시에 따르면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공원 일몰제로 해제하는 청주의 공원을 둘러싼 시민갈등을 봉합하고 이 공원들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시장은 “다름을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버넌스가 보여줬다”며 “지금부터 시작이란 생각으로 효율적 방법을 강구해서 난개발로 가지 않고 청주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장은 8월 청주의 시민단체와 공무원 등으로 구성한 사회적 합의기구인 민관 거버넌스를 만들었다. 공원 일몰제로 2020년 7월1일부터 해제하는 장기미집행 공원에 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민관 거버넌스는 8월19일부터 11월18일까지 928명이 참여해 10차례의 전체회의와 실무회의 36회를 열고 합의안을 도출했다.
민관 거버넌스에서는 공원 조성시설의 우선순위 결정과 소요예산액을 산정했다.
해제하는 청주의 공원 68곳(10.144㎢) 가운데 33곳(8.446㎢)을 보존하기로 합의했다. 25곳(3.530㎢)을 필수시설로 보존하려 했던 당초 계획보다 늘어났다. 해제하는 공원의 난개발 방지대책을 논의하며 개발에 관한 원칙과 기준도 마련했다.
이런 합의와 기준을 도출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재산권 행사에 지장을 우려한 공원 부지 소유주들과 공원의 보존을 주장한 시민단체들이 격렬하게 부딪쳤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청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는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시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책임지고 재정을 투입해 장기미집행 공원을 보존하라”고 주장하며 한 시장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민관 거버넌스 회의에서도 고성과 욕설이 오고 가는 등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쳤다”며 “진통을 겪으면서도 ‘보존 최우선’을 원칙으로 한 합의안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청주의 민관 거버넌스는 어렵사리 합의는 이끌어 냈지만 재정 확보라는 과제를 남겼다.
청주시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 따른 공원 부지 매입에 442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녹지시설과 도로 등 필수시설 사업비에도 모두 2894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영운 충북대 교수는 “청주시 자체 재정력만으로 공원 일몰제에 대응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며 “국가가 특별법을 만들어 상당 부분의 재정을 지원해 녹지서비스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