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이 현재 ‘특별손해배상한도’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양쪽은 최근까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가격을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나 최근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양쪽은 12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이날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배타적 협상 기한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이동걸 회장은 11월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뒤 이와 관련해 말을 아껴왔다. 산업은행의 역할은 매각과 관련해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는 데 그쳐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주가격을 놓고 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실상 매각의 판을 짠 산업은행이 입장을 내놓으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일각에서 매각의 판을 짠 산업은행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4일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삼구 전 회장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이 평소 솔직한 화법을 구사하는 스타일인 만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우회적으로는 박 전 회장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이날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겠다는 차원에서 박 전 회장이 모든 걸 정리하고 매각을 위해서 뒷받침했다”며 “진정한 기업인이라면 자신이 키워온 기업이 어려울 때 미련을 버리고 그 기업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훌륭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 구체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다소 뜬금없이 박 전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며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기자실에 내려와 기자들을 만나는 이 회장의 스타일을 봤을 때 박 전 회장에게 HDC현대산업개발과의 협상에 성실히 임하고 최대한 올해 안에 매각절차가 끝날 수 있도록 협조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올해 안에 매각이 마무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박 전 회장이 구주 가격을 놓고 욕심을 부리다 매각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협상이 틀어지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주도권은 온전히 산업은행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연내 매각을 강조해왔다. 그는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예정된 기간 안에 마무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구주 가격에 대해서도 양쪽 당사자들이 알아서 합리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